언제부턴가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보다 받기 십상이었다. 복잡한 장치와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용자는 ‘이걸 이겨보겠어, 다 끝낼거야!’라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가볍게 즐기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게임으로 끝장을 보고 나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더러 있다. 게임을 완수하고 ‘미션 클리어’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만 것이다.
모두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반가운 게임이 등장했다.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용 ‘모두의 스트레스 팍!’은 게임이 가진 본래의 목적을 잘 살렸다. 쉽게 하고 쉽게 끝낸다.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재미까지 담았다.
1만2천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12가지 게임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요소다. 장르도 다양하다. 야구, 축구, 복싱 등 스포츠 뿐 아니라 야채 썰기, 파이 던지기, 책 정리하기 등 신선한 소재의 게임까지 고루 갖췄다.
■“식탁 위에서 야채 썰어봤어? 안해봤으면 말을 말아~”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간단한 조작과 시원한 액션성, 귀여운 캐릭터가 주는 몰입도다.
특히 ‘야채 썰기’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소금통이 돼 식탁 위에서 다양한 야채를 무차별적으로 썰어낸다는 유쾌한 설정에 웃음부터 유발한다.
조작법 역시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방향키로 캐릭터를 이동하고, 공격 버튼 하나로 몰려드는 야채들을 무찌르기만 하면 된다. 양 손으로 잡은 PSP 위에 달린 카메라 회전 키를 때때로 이용해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야채)들의 수와 위치를 감지할 수도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연속으로 공격할 수 있는 횟수는 정해져 있지만, 할당량 이상의 적을 연속으로 쓰러뜨리면 공격횟수가 1회씩 늘어나게 된다. 이 때, 연속 공격을 콤보라고 칭하는데 게임에 능숙해질수록 게임 시작 단 10분 안에 300콤보 이상이 가능해지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많은 적을 물리치다 보면, 몸집이 큰 옥수수와 가지, 오이 등의 ‘보스 야채’가 나타난다. 보스 야채는 공격력이나 내구력이 높은 이 게임의 유일한 강적이다. 유의해야 할 점은 단 하나다. 보스 야채를 물리치려고 연타에만 집중하다가 식탁 모서리로 밀려서는 안된다는 것. 식탁 아래로 떨어지면, 게임은 끝난다.
■단순함에 재미 ‘팍팍↑’ 스트레스 ‘팍팍↓…“앵그리버드 안부럽네”
실제로 이 게임은 일단 시작하면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조작을 멈추기가 어렵다. 청소기를 사용해 방 안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청소 게임’, 책장의 책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책 정리 게임’도 단순함의 묘미를 잘 살린 게임이다.
청소 게임은 이용자가 여사원의 방·마니아의 방·카페테리아 등의 스테이지 맵에 들어서서 지저분한 쓰레기를 일정한 시간 내 치운다는 내용이다. 이 때, 방의 주인이 햄스터나 로봇 등 자신의 ‘소중한 것’들이 놀라거나 다치지 않게 해달라는 미션도 달성해야 한다.
만약 방 바닥 먼지를 반듯하게 닦거나 굴러다니는 페트병을 없애는 데 몰두하다가 방 주인의 로봇이나 미니카까지 모두 빨아들였다면, 돌아오는 욕이나 잔소리 쯤은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방 주인의 햄스터가 보이면 재빨리 회피 버튼을 누르는 민첩함을 요하는 것도 이 게임의 조작을 쉽사리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책 정리 게임도 마찬가지다. 시리즈물의 책이 어지러이 꽂혀있는 책장에서 방향키와 선택키를 눌러 책을 제대로 꽂기만 하면 된다. 이 게임은 책을 얼마나 빨리 정리하는지를 겨루는 타임 어택 모드와 색상 등의 테마에 맞춰 책을 정리하는 엔들리스 모드를 제공한다.
화면 내 4군데서 나타나는 캐릭터에 무작정 파이를 던지는 게임도 있다. 캐릭터를 파이로 맞추면 ‘피버 게이지’가 쌓이고 최대치까지 쌓이면 ‘피버 모드’에 들어간다. 피버 모드 중에는 타임 표시가 없어져 복수의 캐릭터가 동시에 출현하는 상태가 계속돼 단번에 스코어를 올릴 수 있는 찬스도 얻을 수 있다.
이 게임을 하려면 캐릭터가 나오고 파이를 맞출 때까지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스코어가 올라가고 피버 게이지의 상승량도 증가한다는 것쯤은 알아두자. 캐릭터가 복수로 동시에 출현했을 때는 버튼을 동시에 눌러서 재빨리 쓰러뜨려야 하고, 힘들다면 방향키를 사용해 양손으로 도전하는 팁(Tip)도 챙겨두는 것이 좋다.
■쉽지만 도전 의식 자극한다…코인 모으는 재미도 ‘쏠쏠’
시간 내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책장 정리를 끝내는 등의 게임 내 미션을 달성하고 나면, 게임 화면에서 잠시 눈을 떼 지저분한 방을 둘러보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단순한 게임의 또 다른 미덕이다.
무엇보다 쉬운 게임의 특징은 도전의식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 타이틀은 처음 시작할 때는 12가지 중 6가지 게임만 즐길 수 있어 게임을 진행하며 얻은 코인으로 나머지 게임을 하나씩 해제해 나가야 한다. 열두 가지 종류의 게임 중 6가지는 자물쇠로 잠겨있기 때문. 코인은 게임을 즐기다보면 저절로 얻을 수 있다.
코인의 출현 확률은 랜덤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코인을 왕창 모을 수 없다’같은 정석은 없다. 게임에 빠지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테니 직접 체험해보자. 가령 ‘디오라마 대작전’에서 헬리콥터를 폭파하면 꽤 많은 코인을 얻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