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모바일TV는 확률높은 승부수"

일반입력 :2010/12/09 08:28    수정: 2010/12/09 17:34

남혜현 기자

15년째 벤처라고 싫은 소리도 들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기술개발만 한다고요. 그래도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안 한 '최초' 딱지가 붙은 제품만 만들어 온 것도 그런 이유에요.

10여년 전 IT기업들이 버블 열풍에 부침을 겪을 때 아이큐브는 묵묵히 디지털 방송 송출시스템용 소프트웨어(SW)를 만들었다. 내로라하는 방송사들도 아이큐브와 함께 했다. 그런데도 쉽지만은 않았다. 국내선 아무리 잘해도 SW에 대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큐브는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본으로 향했다. 회사는 한국에 있어도 일본, 유럽, 남미, 미국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최근 아이폰, 아이팟터치,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서 DMB를 볼 수 있게 하는 단말기 '티비젠'을 들고 한국에 컴백했다.

혹자들은 아이큐브를 주변기기 업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하드웨어와 SW를 아우르는 방송 인프라 업체라고 자부한다.

강성재 아이큐브 대표는 8일 서울 신대방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에서 소니,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방송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을 연구개발했다며 디지털TV때부터 IPTV, 그리고 지금의 모바일TV까지 변화의 흐름에 아이큐브가 늘 앞서왔다고 말했다.

티비젠은 그동안 아이큐브가 방송 인프라 사업에서 구축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셋톱박스를 만들며 집적한 하드웨어 기술이 탄생시킨 하나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모바일TV를 DMB라고 봐도 됩니다. 해외에서도 5년 넘게 준비단계던 모바일TV가 스마트폰을 계기로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이제 모바일TV가 활성화 되는 적정선이 왔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사업자들도 질좋은 방송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면 모바일TV시장은 분명 승산이 있죠.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 DMB사업이 잘 될리 없다고 말한다. 해외와는 달리 대다수 국내 휴대폰에는 이미 지상파 DMB가 기본탑재된지 오래다. 아이폰에서 DMB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방송을 볼 수있는 소스는 사방에 널렸다.

강 대표는 DMB는 스포츠처럼 꼭 그 때 시청해야만 재밌는 프로그램에서 가치를 드러낸다면서 웹링크를 통한 시청은 접속인원이 대거 몰리는 경우 대역폭 문제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대역폭 확보가 모바일TV에서는 한계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티비젠은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게 장점이라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그가 티비젠의 성공을 낙관하는 이유는 일본 소프트뱅크 사례 때문이기도 하다. 티비젠은 사실상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티비앤배터리'의 후속모델이다. 일본에서만 10만대가 팔렸다. 초창기 시장임을 감안한다면 일본 아이폰 사용자 20명 중 한명은 티비앤배터리를 구매한 셈이다.

아이큐브가 티비앤배터리를 만들게 된 이유도 흥미롭다. 소프트뱅크에서 아이폰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기기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강 대표에게 한 것이다.

손정의 사장이 아이폰을 도입하려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DMB가 안되는 것, 배터리가 부족한 것, 전자지갑이 없는 것이 가장 부족한 점이었다더군요. 이 문제를 해결할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그게 왜 하필 아이큐브였냐고요? 방송기술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모두 겪어본 회사가 저희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큐브는 티비앤배터리 성공 이후 후속모델로 올해 티비젠을 내놨다. 티비젠은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가 아닌 기능성 제품으로 애플 인증을 받은 거의 최초 제품이다.

강 대표는 한국에서도 애플 제품 사용자의 10%가 티비젠에 흥미를 가지면 성공으로 볼 수 있다며 같은 제품을 이미 일본에서도 10만대 가량 선주문했다고 말했다.

아이큐브의 현재 전략시장은 '모바일 TV'다. 티비젠도 이 부문을 공략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그렇다면 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차세대 먹을거리로는 홈 네트워크 표준인 'DLNA'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이큐브가 축적한 기술로 집안에 있는 다양한 스크린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중소기업이지만 이 이슈에서는 태동때부터 대기업처럼 앞서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대기업이나 이동통신사와 협력해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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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큐브의 올해 매출액은 100억원 정도다.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쏟은 비용을 감안한다면 겨우 흑자를 낸 셈이다. 창업 후 15년간 흑자를 낸 해는 단 두해밖에 없다. 기술기반 회사로만 성장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강 대표는 그 자신도 엔지니어라는 정체성이 강했다고 고백한다. 그래도 내년엔 올해보다 네다섯배는 성장할 것이라 낙관한다. 아이큐브 자체가 '비즈니스에 최적화'되도록 지난해부터 체질개선을 해왔다는 것이다.

앞으로 진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은 SW기술이 바탕이된 하드웨어 업체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언젠가 어느 업체에서 티비젠을 흉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때 진짜 기술을 가졌다면, 단말은 단지 수신기만 되는 거고, 방송은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서 볼 수 있는, 그런 모방하기 어려운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죠. 그게 아이큐브가 지금도 미래를 내다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