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하산 인사 논란 휩싸인 KT

기자수첩입력 :2010/12/01 18:18    수정: 2010/12/01 18:56

“KT가 낙하산 인사 집합소로 전락했다.”

KT가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그룹 콘텐츠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한 달 전 국정감사 때 이 같은 인사가 예견돼 주목된 터여서, 그 어느 때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의 파장이 거세다.

당시 천정배 의원은 김희정 인터넷진흥원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겨 공석이 된 자리에 KT의 미디어본부장이, 또 이 자리에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옮겨온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질타했다.

때문에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성명을 내고 청와대-KT-인터넷진흥원으로 이어지는 ‘3각 회전문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인사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민영기업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간주한다는 이 같은 야당의원들의 주장은 접어두더라도, 이번 인사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융합화·스마트 바람이 거센 통신시장은 최근 콘텐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확산과 함께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는 여기에 탑재된 콘텐츠에 좌우되고 있고, 통신사들은 저마다 탈(脫)통신을 외치며 콘텐츠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독점 공급하며 데이터 폭발의 진원지가 된 KT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신사에게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 KT가 놓치고 있을 리 없다.

실제, 표현명 KT 사장은 “아이패드의 공급으로 콘텐츠의 대량 소비 시대가, 미디어기기의 혁명이 시작됐다”며 “애플리케이션(콘텐츠)을 통한 1인 창조기업으로 경제가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KT가 콘텐츠 비즈니스 경험이 하나도 없는 기자·앵커·대변인 출신의 인사를 KT그룹을 총괄하는 콘텐츠전략담당으로 영입했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다.

아울러, 이러한 중요 보직을 인사철을 코앞에 두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조직도·인원도 없이 CEO 직속의 자리로 만들었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회의 지적을 피하기 위해 미디어본부장이 아닌 새로운 보직을 급조했다는 느낌만 줄 뿐이다.

KT가 향후 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진 무선데이터 시장의 성공 전략을 콘텐츠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