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은 일들을 어떤 계기로 꾸준히 하게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연한 상황일 수 있지만 어떤이가 의도한 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단히 고난도 마케팅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일 열린 국제 디자인 행사 '2010 인천국제디자인페어'에 초청 연사로 참석한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전문가, 아론 마커스 AM+A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에게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는 '설득 디자인' 방법론을 소개했다. 이를위해 스마트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그린 머신', '헬스 머신'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마커스 CEO가 선보인 그린머신은 간단히 말해 에너지 절약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친환경을 실현하는 다양한 측정 지표와 정보를 응용해서,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린머신을 활용하면 다양한 정보 가전이나 모바일 기기 등 제품에 대해 에너지 효율성을 중심으로 리뷰할 수 있고 가정내 에너지 소비 현황과 추세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 S를 가격이나 성능 차원이 아니라 순수하게 에너지 효율, 전력 소비 측면에서 분석하고 점수를 매길 수도 있지요.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다만 매번 지키기 번거로울 뿐이다. 마커스 CEO는 이 문제를 '설득 디자인'을 통해 해결했다. 그린머신에는 경쟁 요소가 들어 있어, 사용자들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행동들을 쌓아나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린머신은 일종의 경쟁 게임입니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쓰는 전력, 난방, 조명 등 에너지를 측정하고 점수를 매길 수 있는데요. 온라인 네트워크로 친구들과 비교해서 높은 점수를 얻고 싶게 유도해 줍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활동에 점수를 부여하는 '헬스머신'도 구상했다. 개인 신체 정보를 관리하면서 섭취하는 영양과 운동량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역시 단순히 칼로리를 계산해주는 것뿐이 아니라 다양한 동기 부여를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헬스머신은 비만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 예방에 쓰일 겁니다. 이것을 전세계 사람들이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의료서비스 업체나 병원 정보시스템에 연결해서 전문 병원과 의사 지침을 구할 수도 있고요. 미국과 중국에서처럼 아동기 비만이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사회에서 이들이 성인이 되면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할 필요가 있죠.
그에 따르면 이처럼 사람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전략은 원래 알콜 중독이나 섭식 장애를 앓는 이들을 치료하는 연구에서 출발했다. 현재 IT업계가 정보단말기 차원에서 거론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관련 논의는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한다.
UI는 사람이 사물에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표면들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탁자에 놓인 1회용 봉지설탕을 들고) 이 설탕을 보시면 '잡아 뜯는다'는 행동이 설탕을 얻기 위한 UI지요. 여기에 대고 말로 '설탕 주세요'해도 뜯어지지 않으니까요. UX는 더 광범위해요. 제품이나 대상과 만나는 광고, 물류, 사용을 위한 훈련과 매뉴얼같은 '모든 접점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죠.
마커스 CEO는 기존 IT 응용방식은 단순히 정보를 표시하고 명령을 입력받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촛점을 맞춰왔다며 이제는 UX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행동을 이끄는 맥락을 주고, 장기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확장해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사용자 경험(UX)을 적절히 활용하면 단순하게는 어떤 제품을 구입하게끔 유도할 수 있을 뿐아니라 행동양식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설득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한 그린머신 애플리케이션을 접하고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자사 솔루션 개발에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어요. 그린머신처럼 설득 디자인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기업 환경에 최적화하려는 것이죠. 아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기업용 솔루션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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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CEO는 개인을 대상으로 그린머신이나 헬프머신에서 구현했던 설득 디자인과 UX를 기업용 SW에서도 똑같이 실현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기업들이 사용하는 협업 공간 '웹포털'도 주목할만한 대상이죠. 그리고 지금은 각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요약해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기업 CEO들만 사용하는데요. 설득 디자인과 UX 방법론을 통해 구현한 SW와 대시보드를 임원들뿐만 아니라 현업 직원들과 일반 소비자들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