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단속정보’ 앱…음주운전 조장?

일반입력 :2010/11/02 11:18

정현정 기자

스마트폰에서 GPS를 이용한 서비스들이 등장해 사용자 편의를 확대해주고 있지만 최근 ‘오빠믿지’ 앱에서 불거진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보듯 새로운 기술은 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24일 출시된 ‘교통단속정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이런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교통단속정보’는 음주운전 단속정보를 제공하는 앱으로 단숨에 애플 앱스토어 무료 인기 앱 5위에 올랐다.

단속정보는 서울에서 음주 단속이 있었던 구간 정보를 표시하고 있으며, GPS를 통해 사용자 주변에 단속지역 등을 표시해준다.

이 앱에서 제공하는 음주단속정보는 실시간 정보가 아닌 단속 이력이 있었던 곳을 표시해 주는 정도지만 공개된 정보를 통해 음주단속을 피해갈 여지를 제공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발사인 에스소프트 측은 “지난해 나이트라인에서 보도됐던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아직은 시험판 단계이기 때문에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좋은 반응이 있다면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반대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중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SBS 나이트라인에서는 뉴스 도중에 서울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와 합동으로 서울 시내에서 음주 단속하는 지점들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나이트라인에서 단속 정보를 제공했던 목적은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해 공익적 홍보 목적으로 제공한 것이다”라며 “만약 특정장비를 구입한 사람에게만 정보가 제공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에도 내·외부적으로 반대 여론이 있어 공개 방침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이어 “단속 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법률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현재는 단속 정보를 공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유용하다’는 반응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음주 운전을 조장하는 앱’이라며 ‘잘못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음주운전 자체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해도 남들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측면에서 비난이 사그러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만약 실시간 음주 단속 정보가 누리꾼들 사이에 공유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올해 초 멕시코시티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지점들을 트위터 이용자들이 공개해 인기를 누리자 당국이 공무방해 혐의로 단속에 나선 사건이 있었다.

멕시코시티 공안국은 경찰 업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시티 관련 법률에 따르면 당국의 단속을 피하도록 범죄행위를 도와주다가 적발되면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5년 경찰 음주단속정보를 알려준다고 속여 월 9천900원의 회비를 받고 7천명의 회원을 모집한 인터넷 업체가 있었다. 경찰이 단속에 나서긴 했지만 이 업체는 회원들의 돈을 챙긴 뒤 사이트를 폐쇄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