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교육 방식에 오바마가 엄지를 치켜들었다고?’
처음엔 다들 어리둥절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미국 교육부 장관까지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을 본받자고 나섰다. 사실이다. 다른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부러워 할 만큼 현재 미국 공교육은 위기다.

흔들리는 미국 공교육을 구하기 위해 100% 토종 교육방식이 투입됐다. 콘텐츠경영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가 만든 ‘G러닝’(게임의 재미와 몰입 요소를 학습에 활용하는 교육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미국 UCLA의 교환교수로 있는 위 교수와 지난달 26일 전화로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G러닝 수학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컬버시, 라발로나 초등학교 현장 분위기부터 물었다.
위 교수는 “아이들이 굉장히 즐겁게 수업 받고 있다”며 “사실 가장 큰 변화는 교사다. G러닝의 구조상 교사가 새로운 롤플레잉(역할수행)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G러닝의 수업 방식은 ‘NPC를 찾아 가세요’ ‘지령을 받으세요’ ‘퀘스트를 완료하세요’ ‘아이템을 획득하세요' 등과 같이 게임의 프로세스로 구성돼있다. 교사 역시 게임의 룰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 교수는 G러닝을 게임형태를 취한 ‘디지털교과서’라고 일컬었다. 그는 “G러닝은 각 학교의 특성과 교육과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교과서다. 교사는 사전 훈련과정을 통해 G러닝 교육방식을 습득하고, 진도에 맞춰 교육교재를 가르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교육은 ‘교육 예산 삭감→교사에 대한 보상체계 부족→교사 자질 저하→학습능률 저하 및 학력 격차’의 구조에 갇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G러닝 학습 방식을 소개한 것. 그렇다면 G러닝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걸까.

이에 대해 위 교수는 “(미국서) G러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교육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그는 “G러닝은 교육적 가능성과 산업적 가능성을 모두 가진 하나의 철학이자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G러닝이 전 세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인 ‘교육’을 해결하는 열쇠이자 온라인게임의 산업 파급력과 맞먹는 핵심 수출 콘텐츠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라발로나 학교의 G러닝 도입은 미국에서의 첫 신호탄에 불과하다. 컬버시 교육구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를 평가해 내년도 사업에 반영, G러닝을 교육구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에 적용된 ‘로즈 온라인’을 비롯, ‘군주 온라인’ ‘열혈강호 온라인’ ‘하늘섬 온라인’ 등 위 교수가 그간 채택했던 콘텐츠는 모두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위 교수는 “온라인게임은 기존의 콘솔게임 등과는 달리 ‘전자아편’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몰입성을 특성으로 한다”며 “이것을 억제가 아니라 활용하자는 것이 G러닝의 기본 전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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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교육 위기탈출 카드로 제시된 G러닝이 향후 미국 교육계에 확고히 자리매김 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위정현 교수가 G러닝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이 우선 중요하다며 애정 어린 쓴 소리를 쏟아낸 배경이다.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은 혁신이 정체됐습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넘는 실험들이 없어요. 더는 적당히 오픈베타(사전시범서비스)하고, 동시접속자 숫자에나 신경 쓰고, 아이템 팔아서 돈 만드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게임은 수익원이 전부가 아니예요.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닌 문화 전파력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회사는 이런 의미를 이해하고, 개발자들은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