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철민 차관, 여가부 국감서 ‘진땀’

일반입력 :2010/10/29 11:09    수정: 2010/12/29 21:48

전하나 기자

28일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가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됐다. 오히려 게임 산업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일부 의원들의 질문에 모 차관은 진땀을 흘렸다.

그동안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게임 규제 문제를 두고 다른 입장을 보여 왔다. 규제 수준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제시한 안을 문화부가 일부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규제안을 어느 법령에 담을 것이냐를 두고 신경전이 계속됐다. ‘게임법이냐 청소년 보호법이냐’는 대립각을 세워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업계는 이번 국감에서 문화부와 여가부가 산업 규제와 관련된 시각차를 좁힐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적으로는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는 평가다.

■“게임법은 산업을 위한 법” VS “규제는 통합해야”

이날 국감 내용을 요약하면 게임 규제는 여가위가 국회에 올린 청소년 보호법에서 다뤄야한다는 것과 게임 중독에 대한 모든 책임이 게임업계에 있다는 것이었다. 질문도 이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정선 의원(한나라당)은 게임법과 청소년보호법의 중복성에 대해 “산업 진흥을 위한 법에서 과연 규제에 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규제안은 게임 중독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청소년보호법에 담기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모 차관은 이에 대해 “현재 게임법에서도 사행성이나 선정성을 막는 등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규제를 통합적으로 관할하는 것이 국민들의 편의를 돕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사전조사 없이 게임업계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질의한 이정선 의원은 “산업 전반이 책임을 갖고 게임 중독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기금을 내놓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모 차관은 “업계에서 90억을 출연해 지난 8월 게임문화재단을 만들었다. 곧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간단히 답변했다.

 

또 김재경 의원(한나라당)은 “게임중독에 관해서는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자정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업계의 자정 노력은 수년째 볼 수 없었다. 게임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업계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 차관은 “문화부는 업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셧다운제' 등의 취지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간 업계가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과 부모가 자녀의 게임플레이 시간을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모 차관의 답변은 그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부 차관 불러놓고… 꿀먹은 벙어리 만들기?

이날 여가위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모철민 차관은 시종일관 차분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여가위 의원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 차관은 문화부가 게임산업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며 여가위 의원들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대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게임과몰입 관련 예산을 올해 4배 이상의 23억으로 잡고, 이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면서 “게임물등급위원 중 청소년 단체 전문가를 3명 충원하고, 문화부의 ‘위클리 공감’이나, 코바코 공익 광고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나갈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모 차관의 이 같은 노력이 여가위 의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5시간 동안 이어진 오후 국감에서 모 차관에게 쏟아진 질문은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주어진 질의에 답하는 것 외에 모 차관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최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문화부가 하고 있는 불법 게임 유통 금지, 청소년 PC방 심야시간 이용 제한 등의 규제는 지극히 상식의 영역에 포함된다”며 “이런 규제로 게임업계가 아우성치는 건 심한 엄살로 보인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