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기만 하면 이혼까지?…마성 가진 게임들

일반입력 :2010/10/05 08:37    수정: 2010/10/05 19:17

김동현

이혼 제조기, 애인과 트러블 메이커, 교우 관계 파괴, 삶의 질을 낮추고, 대인 관계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업무에 큰 지장을 준다. 혹자들은 이 부분을 보고 바람을 피울 때 생기는 문제이거나 도박 중독이 주는 악영향이 아니냐고 말한다. 아니다. 이 단점들은 절대 해서 안 되는 몇 개의 게임을 했을 때 나오는 증상이다.

당신의 남편, 애인, 친구가 절대 해서 안 되는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동안 이혼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풋볼 매니저 시리즈 신작 ‘풋볼 매니저 2011’과 세계 5대 문명 중 가장 위대한 문명은 시드마이어의 문명 이라는 황당한 말까지 만들어낸 ‘문명5’ 그리고 한 번 빠져들면 누가 때릴 때까지 한다고 하는 ‘심즈’ 등은 남녀노소를 떠나 한 번 손대면 쉽게 종료를 할 수 없는 대표적인 마성의 게임이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문명5’는 세계 3대 개발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시드마이어의 신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문명을 발전 시켜나가면서 자신만의 국가를 이룩하고 세계를 점령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턴 방식과 간단한 선택만으로도 진행되는 이 게임은 전쟁과 발전, 그리고 자신의 조작에 따라 다양해지는 문명을 찾는 재미로 인해 매번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그 해 최고의 게임에 선정돼 왔다.

‘문명5’를 접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인스톨만 하고 자려고 했는데 밤을 샜다” “한 턴만 더 하고 자려고 했는데 어느 새 새벽 5시였다” “이틀 동안 한 끼도 안 먹고 이 게임을 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다” 등 다양하다. 대 부분은 조금만 즐겨볼 생각이었지만 한 번 시작한 후에 손을 때지 못해서 고생했다는 내용들이다. 일부 직장인들은 ‘문명5’ 때문에 다음 달 회사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이 게임의 중독성의 심각하다.

이에 못지않게 마성을 자랑하는 게임은 또 있다. 바로 세가의 ‘풋볼 매니저 2011’이다. 전 세계 프로 축구 구단 중 하나를 경영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내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은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강한 중독성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축구에 열광하는 유럽 내에서는 이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커플이나 부부간의 심각한 갈등을 조장해 이혼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EA의 ‘심즈’ 시리즈도 중독성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게임이다. 게임 내 가상의 아바타를 만들어낸 후에 집을 꾸미고 생활을 즐기는 이 게임은 초반에는 간단한 생활 정도만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을 떠나 실제 생활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됐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가상의 나를 이용해 새로운 신혼 생활부터 전 세계 명소를 마음껏 체험해볼 수 있다. 이 게임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있는 타이밍이 없다보니 몇 시간이고 즐기게 된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한 번 잡으면 쉽게 게임을 멈출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각각 조금만 더 하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거나,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 그러다 보니 한 턴, 한 경기, 하루만 더 한다고 하다가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이용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시민 단체에서는 이 게임들에 대한 출시 등에 제한을 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다. 게임이 영화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또는 스포츠 산업과 달리 제한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과 이미 여러 사례에서 게임이 가진 중독적인 부분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중독이나 여러 가지 게임의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거의 접수되고 있지 않고, 게임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 단순히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가 이를 알고 즐긴다는 점에서 언론이나 시민 단체 등에서 이야기하는 게임 중독과는 다르다는 것이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게임 전문가는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알려지다 보니 뛰어난 게임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마성의 게임은 단순히 중독적인 콘텐츠만 가진 것이 아니라 그만큼 탄탄한 게임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잘 알고 잘 즐긴다면 마성의 게임이라도 충분히 자신의 뜻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