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흥행이었죠. 다른 아이템 찾아야지 별 수 있나요”
지난 5월부터 서울 용산 부근에서 ‘사설 아이폰 수리점’을 운영 중인 장모㊲ 사장은 한숨만 내쉬었다. 사업 시작부터 손님이 밀려들면서 하루하루가 신났던 장 사장의 일과는 곧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최근 애플코리아가 ‘대우일렉서비스센터’ 등 61개 ‘공인서비스센터’를 지정, 아이폰4 부분수리 시작을 예고하면서 용산은 아수라장이다. 아이폰 사설 수리점들은 존폐를 고민하는 모습. 지난 반년의 승승장구는 이미 잊은 분위기다.
애플코리아는 조만간 아이폰3GS, 아이폰3G, 아이팟터치, 아이패드 등 자사 다른 제품으로도 부분수리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용산의 시름은 더 커졌다.
김윤수 KT 상무는 “애플이 정식으로 아이폰 부분수리를 시작하며 KT도 기대가 크다”며 “아이폰 수리에 관한 고객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사설 수리 전국에 우후죽순
애플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와 소비자 대부분의 예측 밖이었다. 고장 제품은 수리 대신 중고품으로 바꿔주는 ‘리퍼’ 정책을 고집해 온 애플이다.
이 리퍼 정책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상당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아이폰 불만 상담 중 절반 이상이 사후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사설 수리점은 인기가 급증, 용산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터넷 포털에 ‘아이폰 수리’를 검색하면 언뜻 봐도 수십 개 업체가 나온다. 이제 전국에 아이폰 사설 수리점이 몇 곳인지 파악이 안 될 정도다.
일부 업체들은 주요 도시마다 분점까지 내는 등 사세를 확대했고, ‘아이폰 수리점 창업 상담’ 사이트까지 생겼다. 아이폰 수리 기술은 성공 보증수표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 업자는 “애플 제품은 간단한 고장시에도 수십만원을 내지만 돌아오는 건 중고품”이라며 “우리(용산)에게 손님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애플은 ‘아이폰 정식 수리’라는 펀치를 날린 것이다. 검증 안 된 사설 수리점 대신 공인서비스센터로 고객 관심이 이미 향하는 중이다.
■'가격에서 실력까지'…공인서비스 경쟁력 강해
일부 사설 수리점들은 침울한 분위기를 추스르며 ‘가격 경쟁력’으로 공인서비스센터와 승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쉽게 말하자면 부품을 어디에선가 싸게 들여와 전체적인 수리 가격을 인하, 고객들을 잡겠다는 설명이다.
애플 역시 나름대로 수리비를 저렴하게 책정했다. 애플코리아에 따르면 공인서비스센터서 아이폰4 부품교체 비용은 강화유리(뒷면) 3만9천원, 카메라 7만9천원, 모터 및 바이브레이션 3만9천원 등이다. 이 정도면 사설 수리점들에 비해 크게 비싼 편이 아니다. 아이폰3GS 뒷면 판넬을 4만원대, LCD 화면은 10만원 이상 받는 사설 수리점도 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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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소위 ‘중국산 짝퉁’ 부품을 들여오거나, 부족한 기술로 대충 수리하는 업체들이 누리꾼 입방아에 오른 것도 사설 수리점 진영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편, 애플은 사설 수리를 한 번이라도 받은 제품은 모든 공식 사후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다. 사설 수리를 선택하기가 더 망설여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