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놀다' 김문수의 변신은 무죄

[김경묵의 인물탐구-20]김문수 경기도지사

일반입력 :2010/08/29 17:09    수정: 2010/08/30 13:56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황치규 기자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 되세요~~'

'이것이 뭘까요? 그냥 달걀이 아니라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경기도 신선계란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많은 구매사절단이 와서 제가 직접 계란요리도 하며 우리 계란을 세일즈 했지요'

'@delsy515 초보로 안보여 다행입니다 자취경력 13여년차인데...'

이지혜씨! 오늘 즐거운 시간 너무 짧아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RT @jihyesharp: @kimmoonsoo1 도지사님 순대국 잘먹었어요 피부짱 도지사님 홧팅!!!

'

8월 28일 오전 9시. 'kimmoonsoo1'이란 분이 운영하는 트위터 첫페이지에는 이런 글들이 올라와 있다. 팔로우어수 8천662명, 팔로우잉하는 사람은 4천184명, 지금까지 날린 전체 트윗 개수는 1천279개.

숫자로 보나 스타일로 보나 살아있는 트위터 같다. 말랑말랑한 분위기도 꽤 풍긴다. 사람냄새를 좀 느끼게 해주는 양념이라 할 수 있는, 비문과 오타도 가끔 눈에 띈다.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kimmoonsoo1'의 주인공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언론을 통해서만 그를 봐왔던 독자분들이라면 고개가 갸우뚱해질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이런맛이 있었던가. 토론회나 강연장에 나왔을때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는 진지함때문에 가벼운 맛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김 지사가 아니었던가. 이런 그가 이렇게 소프트(Soft)한 스타일로 트위터를 운영하다니...

이쯤되면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겠지'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직접 챙긴다고 한다. 이동중일 때 짬을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담은 트윗을 날린다.

측근을 시켜 트위터를 운영하는 유명 인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지사는 그런것 같지 않다. 트위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주워들은 풍월이 아니라 실제 경험이 녹아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김문수 지사는 요즘 중량감있는 뉴스메이커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도 목격된다. 차기 대권 주자중 한명으로 꼽히는 그이기에, 청와대와의 갈등(?)은 다양한 관측을 불러일으킨다. 저마다의 해석이 쏟아진다. 관측과 해석은 다양해도 결론은 하나로 좁혀진다. 차기 대권 행보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가 대권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그냥 놔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권과 맞물릴 수록 김 지사를 상징하는 다소 무뚝뚝하고 전투적인 이미지도 짙어지는 것 같다. 김문수 지사를 상대로한 '인물탐구'는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고백하면 앵글을 어떻게 잡아야하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김문수 지사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또 부각하고 싶지 않았고, 같은 얘기 반복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내키지가 않았다. '인물탐구'가 추구하는 콘셉트에 맞고, 지디넷코리아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그러던차에 눈에 확 들어온게, 트위터 세계에서 나름 무공을 뽐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이모티콘을 찍어가며 트윗을 날리는 것도 특유의 진지한 표정못지 않게 김문수 지사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접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다. 이번 인물탐구를 통해 김 지사를 둘러싼 이미지를 살짝 걷어내고, 빈공간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모습을 채워넣고 싶다.■트위터에 140자를 꽉 채우고 싶은 이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김문수 지사의 트위터를 틈날때마다 염탐했다. 트윗 스타일이 어떤지 파악하고 싶어서였다.

대한민국 트위터 세계, 그렇게 만만치 않다. 만들어만 놓고 텅빈 느낌을 주거나 자기 자랑으로 도배를 해버리면 유명인사라고 해도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 일들이 실제로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얼마전 물러난 모 장관의 경우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본인이 해왔던 행동과 180도 다른 아주 거룩한 얘기를 첫 멘트로 날렸다가 뜻하지 않게 '블랙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를 비웃는 트윗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비웃음 뒤 찾아온 것은 무관심이었다. 그의 트위터가 오래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기자가 염탐한 김 지사의 트윗 스타일은 꾸준하면서 비교적 소통에도 충실한 것 같다. 하루에도 평균 '트윗'이 몇개씩 올라온다. 택시 운전사로 뛴 경험, 행사장에 참석한 얘기 등 주제는 다양하다.

김 지사 트위터를 '팔로우잉'한 뒤 알티(RT)를 한번 했더니 바로 팔로우어 신청이 들어왔다는 옆에있는 후배의 얘기도 들린다. 지디넷코리아 모 기자와 김 지사는 지금 '맞팔 관계'다.

김 지사는 트위터에 갈증도 느낀다. 우선 너무 짧다.

140글자만 쓸 수 있는데, 너무 짧아요. 하고싶은말을 충분히 담을 수가 없습니다. 충분히 소통하기에는 아쉬움이 좀 있지요.

그는 트위터에140자에 가까운 트윗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할말은 많은데 글자수가 제한적이다보니, 가급적 끝까지 채우고 싶은 마음의 결과물이란 얘기다.

혹자는 김 지사가 140자가 모여 거대한 집단집성을 이루는 트위터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니냐고 꼬집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140글자가 짧다고 느끼는 것은 김 지사 뿐만이 아니다. 트위터를 쓰는 중장년층 사용자들 사이에선 트위터에서 글을 조금만 더 길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꽤 높은 편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쓰는 입장에서 팁을 하나 주고 싶은데, 트위터를 하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유형의 서비스도 함께 써보는 것은 어떨까? 블로그에 올리기에는 짧고, 트위터보다는 조금 길게 얘기하고 싶을때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문수 지사는 트위터할때 PC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애플 아이폰을 구입한 스마트폰 얼리어답터다.

아이폰이 국내에 판매되지마자 샀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이동중에 트위터를 한다는 김 지사의 말에 설득력을 제공한다.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김 지사처럼 이동중에 스마트폰으로 트윗을 날린다.

아이폰으로 트윗을 한다고 하니,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도 묻고 싶어진다.

차로 이동할때 아이폰으로 인터넷 검색도 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있어요. 트위터도 이걸로 합니다. 아이폰을 보면 휴대폰 혁명, 정보혁명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초보 택시 운전사인 제가 내비게이션에 길을 의지하듯 앞으로는 스마트폰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쯤되면 스마트폰의 위력을 인정하는 자치단체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세계 최고의 통신 강국인 한국이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같은 외국기업에세 먼저 내준게 아쉽기도 해요. 아이폰은 한국에게 열린 경쟁이라는 큰 과제를 던져줬습니다.

도지사가 직접 체험했기 때문일까? 경기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지원에 비교적 적극적이다. 경기도 IT정책에서 모바일은 대민 서비스와 산업 육성 측면에서 모두 중량감을 갖는다.

모바일 환경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도정 각 분야에 도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모바일 산업 육성도 중요하죠. 삼성전자, KT와 협력해 다양한 스마트폰 OS용 앱 개발 및 모바일 콘텐츠 산업을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올해말까지 통신 사업자와 손잡고 31개 시군 전 지역 공공장소 5천개소 이상에 와이파이(Wi-Fi)존을 설치, 누구나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추진중입니다.

'4通8達' 스마트 경기도를 향해 달린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IT정책은 '사통팔달'(4通8達) 사회복지 안전망 구축과 IT융합에 기반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육성해 경기도를 대한민국 대표 지역으로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갈수록 정치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다보니 김문수 지사와 IT 관계는 가깝지 않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IT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경기도가 강조하는 IT정책에 대해 몇가지 물었다.

-IT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방자체단체가 해야할 역할도 중요해졌습니다. 경기도 정보화의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경기도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IT업체가 밀집한 IT생산기지입니다. 동시에 기술 개발의 중심이에요. 그런만큼, IT융합기술, 녹색성장, 유비쿼터스를 기반으로 도민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차세대 신성장 동력 육성에도 적극 나설것입니다. 2014년까지는 경기도 전역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경기 g 프리존'을 통신 사업자들과 구축해 모바일 통합 커뮤니케이션 혁명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에는 콘텐츠 산업 육성이 눈에 띕니다.

콘텐츠 산업은 경기도의 미래 성장 동력이에요. 그런만큼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로 전담 부서도 만들었습니다. 게임, 영상, 만화, 출판 등 콘텐츠 산업 클러스터 조성, 민관 및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체제 구축, 콘텐츠 산업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고요.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게임허브센터를 우치했고 9월에는 게임상용화 지원센터도 개소했어요. 최근에는 경기모바일앱 지원센터도 열었습니다. 콘텐츠는 일자리 창출과도 직접 연결되요. 앞으로 1천300명 규모의 콘텐츠 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입니다.

-복지 측면에서 정보화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사회 안전망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경기도는 앞으로 보육과 교육이 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 시간 연장형 보육시설을 3천개로 늘리고, 꿈나무 안심학교도 300개로 확대할 거에요. 취약 계층 아이들의 방과후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안에 도내 621개소, 모든 지역아동센터에 IPTV 공부방을 설치하겠습니다. 이제 정보 격차는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만큼, 소외 계층의 정보화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장애인 노인 정보화 교육 확대, 농어촌 마을 정보화 지원, 사랑의 PC보내기 사업, 사회복지시설 PC돌봄이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도지사로서 김문수 지사는 한마디로 '일벌레'다. 일하면서 그가 혐오하는 단어는 두가지다. 하나는 '탁상'이고, 또 하나는 '전시'다. 그만큼 현장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그래서다. 그는 면담과 결재를 제외하곤 가급적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지 않는다. 지난해 1월부터 정기적으로 1일 택시운전사로 뛰는 것도 민생 현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만들어오면 한눈에 티가 나요. 책상머리에서 정책을 만들지말라고, 공무원들을 계속 다그칩니다. 택시 운전도 마찬가지에요. 직접 해보니까 역시 다르더라고요.

현장에 대한 그의 못말리는 집착은 젊은 시절 노동 운동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70, 80년대 깨어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엄혹하고 고단했던 시절,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다보니 앉아서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몸에 밴 것이리라.

대신 현장을 중시하는 윗사람을 둔 경기도 공무원들의 삶도 꽤나 고달프다(?).

도지사가 밖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결재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받을 수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도지사님 계시냐?면서 결재를 받으러오는 공무원들이 오후 늦게까지 줄을 이었다. 양해를 구하며 새치기를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우연히 김 지사 하루 일정을 적어놓은 표를 보게 됐는데,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빈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이걸 하루에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정이 많이 잡혀 있었다. 경기도 공무원중 김 지사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1시간을 할애받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일 것이다.

김문수식 리더십의 실체를 말한다 김문수 지사는 51년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북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세속의 잣대를 내밀면 그는 TK 출신에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간 뒤 그의 삶은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 입학 후 학생운동을 하다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됐고, 이후 노동현장에 투신, 활동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80년대 학생 운동을 하다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은 청년시절, 노동운동가 김문수를 보고 흠모하게 됐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시 그는 노동 운동 분야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의 대명사였다.

그러다 그는 1996년 과거를 부정하는 대변신을 시도한다. 세간의 예상을 깨고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 입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이 한나라당을 간판으로 금배지를 단 것이었다.

그의 당시 행보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본인에겐 소신행보였겠지만 그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비겁한 변절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당시 결정에 대해 당당한 모습이다. 한나라당행은 인생에 있어 가장 잘했던 결정중 하나라는 것이다.

대학때만 해도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어요. 지나치게 단편적인 것을 갖고 전면적인 부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도 젋었을때 20년을 그렇게 살았고요.

문득, 떠오른 질문 하나. 김문수 지사의 어릴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설마하니 소년 시절에도 지금처럼 진지한 스타일은 아니었겠지. 꼬맹이만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하고 철없음을 김 지사 또한 보여줬을 것이다. 그걸 끄집어내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시골에서 태어난 소년 김문수에게는 꿈을 꿀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릴때는 그냥 살아야 한다는게 목표였던것 같아요. 밥이나 배부르게 먹는것을 꿈꿨습니다. 조금 나이가 드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자나 정치를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중학교에 가서는 애국심을 갖고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되야 한다는 교육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중학교 시절부터 받았던 지도자 교육은 현실화됐다. 김문수 지사는 현재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중 한명으로 꼽힌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열에 아홉은 그를 대권주자로 보고 있다. 그의 리더십을 살펴보는게 의미를 갖는 이유다.

그는 얼마전 한나라포럼 주최 조찬 모임에 참석, 지금 국가 리더십이 혼미하다며 제가 무엇을 해야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제대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많은 언론에서 이명박 정부를 향한 쓴소리로 해석됐다.

그렇다면 국가를 이끄는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애국심이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애국심이 향후 한국에 필요한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특히 국가 리더십은 중국을 볼줄 알아야해요. 지금 세계는 국가간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보다, 너무 뒤지지 않을 정도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됩니다. 일본은 속도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어 걱정이 덜 되는데, 중국은 달라요. 국민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국심이라는 말이 조금은 불편하게 들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국가주의적인 느낌을 받고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이 좀더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김문수식 리더십을 좀더 파헤칠 시간이 좀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다.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그에게 인터뷰 시간을 넉넉하게좀 달라고 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래도 김문수 리더십에 대해 뭔가 방점은 찍고 싶어진다. 어떻게 표현해줘야할까? 불도저식 카리스마형? 아닌 것 같다. 둥글둥글한 화합형? 이것도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목표 지향적인 리더십으로 부르고 싶다.

김 지사는 국가적인 목표를 잡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판을 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목표는 중국을 상대로한 경쟁이지만 향후에는 바뀔 수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애국심과 국가라는 키워드일 뿐이다.

애국심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거룩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거룩한게 나쁜것은 아니지만 정치인 입장에서 '임팩트'를 만들기 쉽지 않는 것도 사실. 속도와 주목의 시대에, 화장실에 가면 휴지가 있고 밥먹으면 배부르다식의 당연하게 들리는 말로는 '어텐션'을 끌기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애국심이라는 말을 거둬들일 의사가 없어 보인다. 발언 수위는 오히려 점점 높아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내비친다. 소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눈치같은 것은 안보겠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독불장군'이나 '전투적인 스타일'이란 지적을 동반한다. 너무 진지한 이미지다보니 유머감각이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것은 그가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일 수 있다.

김 지사는 최근 광화문에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는 주장으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도 이승만 대통령 관련 책을 열권 정도 읽었어요. 역대 대통령중에 공부도 가장 많이 했고, 시대를 멀리 내다본 분입니다. 전주이씨임에도 불구하고 왕조를 끝내고 현대 국가를 만들었잖아요. 젊은날에는 역모죄로 감옥에까지 갔다왔고요.

기자가 그의 말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다.

■손해볼게 없는 정치쇼는 계속하겠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해초부터 '1일 택시체험'이란 이름아래 정기적으로 택시 운전을 해왔다. 그의 택시 행보를 놓고 주변에서는 '쇼'라는 얘기도 들리는 것 같다. 김 지사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모양인데,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모습. 오히려 바로 직격탄을 날린다.

직접 해보니까 이런 쇼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쇼라고 확신하게 됐어요. 앞으로 도지사는 물론 대통령도 꼭 몇번은 해보셔야할 쇼라고 생각합니다. 택시를 몰려 하루 종일 땀을 흘려보면 이 도시가 어떤곳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죠. 택시 운전 경험은 앞으로 정확한 지역정책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봐요.

분명 김문수 지사의 '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택시안에서, 또 경기도 각종 현장에서, 그리고 소신발언을 통해 멈추지 않고 진행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쇼가 열리는 장소도 경기도를 넘어 전국을 커버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경기도지사가 아닌 대권후보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권과 맞물린 그의 쇼는 점점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10년안에는 그의 쇼가 막을 내릴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10년후에는? 김 지사는 좀 쉬고 싶다고 했는데, 옆에 있던 대변인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김 지사와 함께 일하면서 쉬고 싶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대변인에게 만큼은 쉬고 싶다는 말이 최고의 특종이었다.

김문수 지사가 10년후 실제로 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은퇴전 직함이 대통령일지, 아니면 경기도사일지도 지금은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10년 뒤 그가 푹쉬고 있는 장면은 보고 싶지 않다. 그는 96년 한나라당행을 자신의 인생에서 내린 최고의 결정중 하나로 꼽았는데, 10년 후 그것을 뛰어넘는 또 한번의 승부수로 새로운 드라마를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드라마 스토리는 심각함이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면 좋겠다. 김문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 수 있는 파격적인 소재였으면 좋겠다. 트위터에서 보는 김문수도 분명 '그'라는 사실을 이젠 온전히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