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업체들에게 6월과 7월은 총성없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 시기로 통한다. 한해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가 대부분 이때 결정된다.
그런만큼 업체간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상투적인 마케팅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과 7월, 자사 휘센 에어컨 제품을 갖고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시도했다.
30일동안 30도를 넘지 않는날이 25일을 넘으면 30만원을 지급하고 월드컵 예선에서 대표팀이 승리할때마다 5만원씩 주겠다는게 골자였다. 신문에서 휘센 돌출광고를 찾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아이팟터치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에 대한 사용자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에어컨 마케팅그룹에 모두 5천여통의 편지가 몰려들었다. 담당자들의 기억에 남는 편지를 보내준 사용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우선 '열혈 정성파'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아침 신문에서 광고를 오려내 엽서를 보내는 이들이다. 다음은 한방으로 승부를 거는 유형. 한번에 강력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벤트 중에 간혹 택배나 소포가 배달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크기와 포장만으로도 얼마나 비장하게 이벤트에 응모했는지가 느껴졌다면서 예술적인 디자인이 담긴 수작들도 있었다고 전했다.감정에 호소하는, 이른바 감동 사연파도 있다. 이번 이벤트에 응모한 사용자들은 주부들이 많았지만 다양한 사연을 담은 군인이나, 학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군대에서 떨어져 있는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엄청난 양의 편지를 보낸 한 군인의 사연은 매번 연작으로 이어져 일일연속극을 기다리는 듯한 마음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미자막으로 개성파다.
단 1통의 편지를 보내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아이디어로 승부한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중 돌출광고뿐만 아니라 휘센 에어컨의 보도자료를 수집하고, 또 직접 기사까지 작성해 매거진으로 만들어 보내준 응모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정성과 아이디어가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고 극찬했다.
이번 이벤트는 모바일과 우편응모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혹자는 요즘에도 우편 응모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문 광고를 오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적인 스타일은 경쟁력있는 마케팅 도구가 될 수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휘센 광고에 대한 노출도를 높일 수 있었던 동시에 친근한 이미지로 고객과 소통함으로써 LG전자와 소비자 모두가 즐거웠던 이벤트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