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위원회가 유럽연합(EU)역내 수입 IT제품(평판모니터,셋톱박스,프린터)등에 가전제품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법(기술무역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WTO는 16일(현지시간) EU가 ▲케이블셋톱박스 ▲컴퓨터모니터 ▲96년 이후 제조된 프린터 등에 대한 관세부과가 WTO회원국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08년 5월 미국,일본,대만 등에 의한 제소에 대한 판정으로서 제소자와 유럽위원회(EC)간 협상과 법적주장에만 2년이란 긴 세월을 끌어온 WTO앞으로 제기된 가장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청구인들은 정보기술협정(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ITA)에 따라 기술변화를 반영한 제품 및 해가 바뀌면서 나오는 후속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인하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는 이들 제품 가운데 많은 품목에 대해 "기술제품이라기보다는 최고 14%의 관세가 부과되는 가전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며 맞섰다.
예를 들어 비디오감상에 사용되는 평판컴퓨터스크린은 IT제품이라기보다는 TV용으로 더욱 친근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대신해 이 무역문제를 떠맡고 있는 유럽위원회(EC)는 700페이지의 보고서를 읽기 전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를 하기까지는 2개월이 걸린다.
EC대변인은 “우리가 강조할 수 있는 것은 EU가 그동안 이 분쟁을 법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시각을 가져왔으므로 이를 소송보다 협상으로 하는게 좋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아주 좁은 부분에 집중돼 보다 광범위한 무역문제에 대한 일반적 판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무역대표부(USTR)의 론 커크는 16일 WTO 결정에 만족을 표하면서 “이 판정은 기술제품이 변화했다고 해서 ITA 적용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혁신은 경제성장의 원천이며 일하는 모든 국가의 근로자 가족과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이번 EU국가들의 역내 유입 IT제품에 대한 관세인하 제소건은 미국 IT그룹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캐논,HP,델,시스코 등이 회원으로 있는 로비조직인 정보기술산업위원회(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 존 노이퍼 부사장은 “미국의 첨단기술회사와 종업원들은 외국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ITA에 의존하며 유럽과 전세계의 소비자들은 선발기술제품들에 대한 저가 접근에 의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