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8천명에게 '친구삭제' 당해…왜?

일반입력 :2010/08/04 15:02    수정: 2010/08/05 03:10

이재구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사이트인 페이스북이 그린피스와 8천명의 회원으로부터 일종의 절교선언인 '친구삭제(De-Friend)'를 당했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인터넷에서 친구를 만들기로 유명해진 기업이 오히려 ‘친구삭제'라는 모욕을 당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배경에는 환경문제가 숨어 있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수개월 전부터 미국 서북부 오레곤의 한 작은 도시에 짓는 페이스북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물고 늘어졌다. 이같은 비난 속에 그린피스는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개설해 IDC센터 건설을 비난하면서 친구삭제를 했다. 8천명의 회원이 여기에 가세해 페이스북 IDC건설이 환경에 미칠 나쁜 영향에 대해 비난하면서 페이스북은 추가로 친구삭제를 당한 셈이 됐다. 폭스뉴스는 3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친환경표준에 맞춘 30MW전력을 소비하는 IDC를 건설 중이지만 이 센터에 필요한 전력의 절반 이상이 재생불가능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에너지여서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그린피스, 왜 페이스북 IDC를 문제삼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거대 IT회사들의 IDC건설이 조용히 이뤄졌던 것과 달리 페이스북IDC가 유독 전 미국을 시끄럽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페이스북 IDC를 가동하는 에너지원이었다. 여기서 사용할 에너지의 58%가 수력발전이 아닌 화력발전, 즉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원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두고 그린피스는 페이스북이 IDC를 만들면서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야후같은 거대 공룡IT회사들은 컬럼비아강가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이 강은 오레곤 북쪽 캐나다에서 워싱턴주를 거쳐 태평양으로 흐르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력은 100% 캐나다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수량의 수력발전소에서 나온다.

폭스뉴스는 페이스북 IDC에 공급될 전력은 대부분 오레곤 동쪽으로 접하고 있는 유타주,와이오밍주의 화력발전소에서 오게 된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IDC는 30MW의 전력을 사용하도록 설계됐는데 3만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그린피스의 게리 쿡은 “페이스북이 화력발전소로부터 값싼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고 포문을 열면서 “페이스북은 '클린(clean)'에너지를 택한 것이 아니라 '값싼(cheap)'에너지를 택한 것이며 전혀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

물론 페이스북도 할 말이 있다. 이 IDC는 당초부터 그린빌딩 표준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 Design)에 맞춰 짓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당초 이 지역을 선정하면서 “숲속에 있는 이 사막도시의 밤 온도가 섭씨4도(4℃)까지 내려가 과열된 데이터센터의 서버 냉각시 전력을 덜 쓰게 되는 점”을 감안하는 등 환경문제에 신경을 써 왔다.

■왜 IDC에 공급되는 전력을 문제삼나?

폭스뉴스는 그린피스가 이 페이스북의 IDC건설 프로젝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페이스북의 재생불가능한 에너지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는 날로 에너지사용이 늘어나는 IT업계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IT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증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는 “이번 페이스북에 대한 그린피스의 비난 사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조달을 보다 친환경으로 유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린피스가 자꾸 페이스북의 IDC건설문제를 걸고 넘어지자 IDC유치 도시인 프라인빌의 관리들은 화를 내고 있다. 이 도시는 16.4%라는 오레곤주에서도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프라인빌의 공무원인 스티브 포레스터는 “그들은 프라인빌을 원한 것이지 화석연료를 원한 게 아니다”라는 말로 페이스북을 두둔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내년 IDC 건물 완공때까지 200명의 건설인력직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삼림산업의 쇠퇴로 일자리를 잃어 쇠락한 이 도시의 인력 35명도 정식직원으로 고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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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인빌은 미 북서부 오레곤지역의 소도시로 실업률 16%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페이스북이 지역경제의 구세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린피스의 말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는 것은 프라인빌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우려해 이 지역의 제재소 5곳을 폐쇄시켜 버렸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I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