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SNS 열풍…'마이너 포털들의 반란'

일반입력 :2010/07/26 17:12    수정: 2010/07/27 08:44

이설영 기자

…포털 하위주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1세대 인터넷 시대에 네이버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이들은 모바일, 소셜 등의 키워드가 주가 되는 차세대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잇따라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국내 포털 시장에서 장벽과도 같은 1위 자리를 오랜기간 유지하고 있는 대표 포털 사이트이다. 특히 검색점유율을 기준으로 네이버는 60% 이상의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그 외 40% 이하의 시장을 다음, 네이트, 야후, 구글, 파란 등 나머지 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는 상황.

인터넷 트렌드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지속된다면 사실상 이들 업체들이 네이버를 따라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들이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며 네이버를 뒤따르지만, 같은 시간 네이버는 더 빠른 속도로 저만치 앞서 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바일, SNS 등의 키워드가 인터넷 트렌드 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네이버의 힘은 사용자 수에서 나온다. 막대한 사용자들이 여전히 초기화면을 네이버로 지정하고, 대부분의 검색을 네이버에서, 대부분의 콘텐츠를 네이버에서 섭취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모바일 인터넷 시대는 이제 막 태동했다. 유선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의 습관이 본능처럼 '네이버'를 따랐다면 모바일 인터넷에서는 그 습관이란 것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1모바일 시대…유선보다 강력할 것

유선 인터넷에서 점차 모바일 인터넷을 준비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은 이미 작년 말부터 감지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일치감치 모바일 시대를 대비해왔다. 모바일웹(m.daum.net),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출시 등 초기 대응은 네이버보다 오히려 앞섰다. 최근에는 모바일용 음성검색 서비스도 출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로드뷰로 대표되는 지도 서비스도 다음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차세대 서비스 중 하나이다.

다음이 이런 서비스들을 바탕으로 당장에 어떤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한다. 다만 유선 인터넷 시장의 경우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검색광고가 주요 수익모델이 됐던 것처럼, 모바일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트래픽이 기반이 될 것이라는 계산은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수익모델이 표면에 들어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인 구글은 유독 한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06년말 한국 진출 이후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채 검색점유율 2~3%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사실상 구글에 있어서 한국 시장은 수익 창출 측면에서 그리 중요한 시장은 아니다. 따라서 검색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기 보다는, 뛰어난 기술력을 하나 하나 국내 시장에 이식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음성검색의 경우에도 전세계에서 8번째 언어로 한국을 지원했다. 비교적 빠른 대응이었다는 평가다.

KTH의 파란도 조용히 모바일 시대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일찌감치 모바일웹(m.paran.com)을 오픈했다. '푸딩카메라' '푸딩얼굴인식' '아임IN' 등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 깊숙이 침투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만큼 이 시장이 만개했을 때 정확히 어떤 모습이 돼 있을 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 유선 인터넷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고, 강력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긴장하고 준비하는 가운데, 기대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을 빼고 '웹'을 논하지 말라

'포스트 유선 인터넷'의 또 다른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소셜'이다. 지난해 트위터가 광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국내외 웹을 휩쓴 가운데, 올해는 페이스북이 강력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포털 뿐만 아니라 인터넷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요즘에는 이 소셜을 빼놓고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만큼 그 위세가 단단해졌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내세우는 키우드는 '오픈'이다. SK컴즈는 싸이월드 일촌 및 네이트온 버디 API를 공개했다. 공개된 API를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네이트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네이트 앱스토어는 최근 매출 1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네이트온의 경우에도 근 시일 내 통합커뮤니케이터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싸이월드도 '넥스트 싸이월드'(가칭)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세대의 이용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서비스로 구상 중이다.

국내 여타의 포털 사이트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롤모델'이면서도 정작 그 경쟁력을 잃고 헤맸던 야후코리아도 재기를 준비 중이다. 야후코리아는 오는 8월 초 '거듭나는 야후코리아'를 내세워 향후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야후는 '소셜서비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소셜펄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국 본사의 서비스를 한국 실정에 맞도록 현지화한 내용을 비롯해 야후코리아만의 다양한 서비스와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지사도 없이 인기를 끈 것만 봐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컴즈나 야후 같은 군소 포털사이트가 '소셜'을 기반으로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시대, 영원한 강자는 없다

90년대 말 PC통신에 이어 인터넷 시대가 막 시작했을 무렵, 인터넷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 사람들은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온종일 PC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늘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이후 약 10년간 수많은 사이트가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등 소소한 변화가 반복돼 왔지만, '포털'이라는 큰 물줄기는 국내 인터넷 시장의 주요 강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영원한 강자'일 것 같은 포털업계에도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컴피트에 따르면 SNS 페이스북이 미국 내 웹사이트 순방문자수(UV)에서 야후를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일개' SNS가 '검색의 명가' 야후를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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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8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놀라움을 자아냈던 페이스북은 최근 회원수 5억명을 돌파하며 또한번 유명세를 치렀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인터넷 시대에 영원한 강자란 있을 수 없으며, 늘 어딘가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걸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면서 국내 포털 업계도 유선 웹에 이은 향후 전략에 따르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