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문석 위원에 대한 최시중 위원장의 따끔한 충고

기자수첩입력 :2010/07/23 17:12    수정: 2010/07/23 17:18

“(SBS의 보편적 시청권 시정명령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법률적으로 검토해왔고 의견을 충분히 개진 돼 온 것이다. (그 동안의 방통위 논의가)적절한 행동에 따른 결정이란 것을 존중해 주기 바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열린 전체회의 도중 첫 회의에 참석한 양문석 상임위원에게 이같이 따끔한 충고를 했다.

이날 SBS의 시정명령 위반에 대한 제재 심의에서, 이경자 부위원장과 형태근 위원은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송도균·양문석 위원은 과징금 부과를 원칙적으로 반대했다.

다만, 송도균 의원은 SBS가 시정명령을 위반했다는 데 동의하면서, 지상파방송3사가 향후 올림픽과 월드컵에서는 코리아풀을 재구성하고 순차편성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참작해 최소한의 과징금 부과를 주장했다.

이를 감안해 송 위원은 SBS에게 중계권 구매료인 7천만달러(한화 약 842억원)의 5%인 39억4천만원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1안보다는, 감경사유를 적용한 19억7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는 2안을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반대로, 형태근 위원은 “공공의 이익을 지켜야할 방송사가 자사와 관련돼서는 사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다”며 “가중할 이유도 없지만 감경할 사유도 없다”며 1안을 지지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양문석 위원은 줄곧 중재 역량이 없는 방통위가 지상파방송3사의 협상에 끼어들면서 필요하지 않은 제재를 하려한다며, 과징금 부과 자체를 부정했다.

양 위원은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에서 (방통위의)중재 역량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지상파방송3사가 방통위에 대한) 기본적인 권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뭘 반성해야 하는 것인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형태근 위원이 감경사유가 없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감경사유가 없다고 하지만 방통위의 중재적 미흡 역시 드러났다”며 “자책들이 필요하다”고 오히려 방통위의 행정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같은 양 위원의 발언이 이어지자, 최 위원장은 “양문석 위원이 (방통위가)끼어들지 않을 데 끼어들어서 문제가 된 것 같다고 공식 회의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뒤 “법률적으로 검토해봤고 의견이 충분히 개진 된 적절한 행동이란 것을 존중해 주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물러난 뒤 5개월 만에 양문석 위원이 그 자리를 메워 줌으로써 거는 업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하지만 이날 양문석 위원의 발언은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날 이경자 부위원장은 “SBS의 단독 중계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보호됐다는 것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채널선택권이 중요한 가치인 만큼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다”며 “오늘 문제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문제”라고 회의의 초점을 분명히 했다.

또, “SBS가 방통위의 법해석에 대해 수용할 수 없으면 법적인 판결을 받을 것이고 이미 행정소송을 냈다고 들었다”며 “오늘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시정명령을 위반한 것에 대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즉, 방송규제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1차적으로 지상파3사에 보편적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재를 했고, 이를 지상파3사가 따르지 않음으로써 시정명령을 내렸고, 또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 행정적 제재(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양 위원은 심의 내용의 상당 시간을 방통위의 행정적 권위에 대한 무용론으로 할애했다. 양 위원의 주장이 상당부분 일리 있고 근거가 있더라도 이날 회의의 초점과는 아귀가 맞지 않았다.

양 위원의 발언 내용들은 상임위원 간 끊임없는 소통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지, 규제 심의를 하는 자리에서 풀어야 할 내용들은 아니다.

최시중 상임위원이 위원장으로써 충고한 내용을 양 위원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