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사전정지 작업으로 이해될 만한 징후가 곳곳서 감지되면서, 통신업계가 조만간 KT-SK-LG군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SK브로드밴드가 공개한 중장기 성장전략에 구조조정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합병이 곧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가 올 3·4분기 경영실적을 정상화할 경우 올 연말 이후 SK텔레콤과 본격 합병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유상증자, ‘합병’ 첫 걸음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3분기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부터 SK텔레콤과 합병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흡수합병하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 확보가 우선시 돼야 했는데, 유상증자 실시가 그 첫 발이라는 해석에서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에 인수되기 이전인 옛 하나로텔레콤 시절, IPTV 사업을 위한 무리한 투자로 누적적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만 지난해 유상증자의 성공으로 부채의 상당부분을 털어냈다.
LG텔레콤으로 통합 된 LG파워콤 역시 합병의 첫 행보가 유상증자였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무게를 실고 있다.
#2. SK네트웍스, 기업용 사업 양수
유상증자 이후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경영정상화와 실적개선을 위한 두 번째 행보는 계열사인 SK네트웍스의 기업용 인터넷전화와 전용회선 사업을 SK브로드밴드에 밀어준 일이다.
이를 위해, SK브로드밴드는 사내에 네트워크 사업단을 신설하고 SK네트워크의 사업 양수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기업사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룹 통신계열사와 협의를 통해 기업대상 FMC(유무선 통합) 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 함께 국공립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광주교육대, 강남구청에 모바일 행정서비스, 동서학원재단, 동부그룹, 농협중앙회 등에 유무선 통합망을 구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SK네트웍스의 기업용 인터넷전화 인수로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지난 1분기에만 기업시장에서 9만여 회선을 확보, 목표치를 초과달성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이 같은 기업사업 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사업 매출을 5천200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3. SK브로드밴드 대표, SK텔레콤 기업부문장 겸직
SK텔레콤이 지난해 연말 진행된 인사에서 박인식 전 SK텔링크 사장을 SK텔레콤 MNO(Mobile Network Operator) CIC의 기업사업부문장 겸 SK브로드밴드 대표로 겸직 발령하면서, 흡수 합병의 의중을 또 다시 드러냈다.
특히 SK텔레콤이 기존의 기업사업단을 기업사업부문으로 격상시켜 기업(B2B)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조치와 함께 나온 인사였고, 합병의 또 다른 대상인 SK텔링크 사장 출신을 대표로 앉히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후 SK브로드밴드가 기존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등의 가입자 확대보다 기업시장 영업을 강화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향후 SK브로드밴드를 기업부문으로 흡수 합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4.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재판매
SK텔레콤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SK브로드밴드를 흡수 합병할 것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지난 4월부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등의 서비스의 재판매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SK브로드밴드의 소매 사업의 영업·유통망을 모회사인 SK텔레콤 대리점으로 통합·운영하고, SK브로드밴드는 기업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F와 합병을 이뤄낸 KT 역시 옛 KT플라자를 점차 축소해 가면서 유선부문의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와이브로 등의 업무를 옛 KTF 대리점으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상품 재판매 개시는 향후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의 도매대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기 위한 의미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경쟁사의 유무선 합병 이후 경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처럼 주된 이유는 유무선 유통망의 통합이란 것이 업계의 풀이다.
#5. 영업이익 흑자전환 서두르는 이유는?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의 경쟁 다변성을 감안해도 3분기 내에는 영업이익에서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보다 SK브로드밴드의 올 1분기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적자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 공개한 중장기 성장전략인 ‘회생 방안’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10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 ▲2012년 영업이익 1천650억원 ▲2014년 영업이익 2천900억원 달성이라는 구체적 목표까지 제시했다.
올 1분기에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적자가 각각 262억원, 44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올 연말을 기점으로 SK텔레콤과 합병하기 위한 본격적인 몸만들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6. 내년 상반기 내 합병(?)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경쟁사인 KT와 통합LG텔레콤이 LTE(Long Term Evolution)로 본격 전환하는 내년 7월 이내에 합병에 대한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한 몸과 같이 움직이면서 유무선 통합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쟁사들이 합병을 통해 유무선 통합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LTE 전환까지 이뤄내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 18일 내놓은 회생 방안에 비용구조 개선과 조직·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힌 점도 합병의 시기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 주주 입장에서 적자 상태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그동안 SK텔레콤이 유상증자, SK네트웍스의 기업사업 부문 양수 등을 통해 꾸준히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해왔고 최근 내놓은 조직·인력 개편이 그 마무리 단계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흡수 합병이 이뤄지면 방송통신시장에서 KT-SK-LG군의 피 말리는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