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에 들어온 웹브라우저…구글TV 체험기

일반입력 :2010/06/09 17:40    수정: 2010/06/09 18:00

이설영 기자

경쟁 구도를 굳혀가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최근에는 나란히 TV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글은 연말에 본격적으로 '구글TV'를 선보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글 '검색의 과학' 컨퍼런스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을 상대로 구글TV의 간단한 시연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구글은 지난달 구글TV를 공개했다. TV와 인터넷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TV와 인터넷을 합친 것인데, 말로만 들어서는 감이 잘 안 온다.

구글TV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TV 속에 인터넷이 그대로 들어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국내에서도 이미 IPTV가 대중화됐지만 이는 인터넷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라 할 수 있다.

구글 신사업개발팀 김현유 매니저는 웹을 TV로 옮겨오려는 노력들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좋은 답이 없었다면서 구글TV는 최대한 지금의 TV와 비슷하게 가자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이어 TV가 더 이상 채널 몇 백개를 볼 수 있는 디바이스가 아닌, 무한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디바이스로 가는 것이다라며 이렇게 되면 기존의 TV편성표가 무의미하며 '검색'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들은 향후 선택에 따라 ▲TV+구글TV 일체형, 방송용 셋톱박스 ▲블루레이DVD플레이어+구글TV 일체형, 방송용 셋톱박스 ▲TV·구글TV 셋톱박스·방송용 셋톱박스 등 세가지 형태로 구성해 구글TV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기존에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정이라면, 방송 시청을 위해 TV와 셋톱박스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구글TV는 여기에 구글TV 용 셋톱박스와 전용 리모콘이 추가된다. 연말에는 소니가 구글TV 셋톱박스가 내장된 TV와 별도의 셋톱박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시연에서는 알파 버전 셋톱박스가 이용됐으며, 리모콘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대신했다.

구글 엔지니어링팀 전준희 매니저에 따르면 실제 출시를 하면 셋톱박스 외형 또한 세련미를 더하게 되며, 리모콘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일체화될 예정이다.

구글TV의 경험은 '검색창'에서 시작한다. 검색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마한 검색창이 TV 화면 속에 그대로 들어간 것. 여기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치면 그 아래 관련 콘텐츠가 리스트로 나타나고 이를 선택하면 곧바로 시청이 가능하다.

이날 시연은 미국 유료방송 서비스인 '에코스타'의 셋톱박스로 진행됐다. 미국용 셋톱박스를 일본으로 가져와 시연한 탓에 방송을 시청할 수는 없었지만, 함께 연결된 구글TV용 셋톱박스를 통해 인터넷 검색은 가능했다.

검색창에 'CSI' 같은 검색어를 치자 에코스타 셋톱박스 내에 저장돼 있던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를 읽어 방송시간과 채널이 검색결과 리스트에 나타났다.

김현유 매니저는 이미 사용자들은 검색창, 키보드, 마우스에 익숙하다면서 원하는 걸 치면 되기 때문에 리모콘을 조절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연결도 간단했다. 키보드에 버튼 하나를 누르자 곧바로 컴퓨터에서와 같은 웹페이지가 열렸다. 유튜브 같은 사이트에서 720p의 고화질 영상을 선택하자, 선명한 영상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김현유 매니저는 웹 전환을 위해 입력장치를 바꾸거나 할 필요가 없어져 웹과 TV 간 장벽이 없어져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고, 사용자들은 그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TV 시청 중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할 때는 방송화면을 조그맣게 만들어 화면 귀퉁이로 내리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를 연결해 참여할 수도 있다.

구글, 인터넷·모바일 이어 TV까지

구글TV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아직 '유보' 단계이다. 구글TV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현재도 TV에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인터넷 세상을 이미 평정한 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통해 모바일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구글이 TV 시장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구글은 현재 검색을 기반으로 한 광고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똑같은 광고를 보여주는 기존 광고 방식이 아닌, 이용자 특성에 맞춘 광고로 웹을 평정했다. 다양한 웹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향후 구글TV용 애플리케이션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곧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TV를 통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구글의 시나리오다.

성공 가능성은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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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자들은 TV를 통해 완전한 풀브라우징이 가능한 인터넷과 기존의 방송서비스를 구분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 TV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평가한다.

비관론자들은 가격에 비해 딱히 대단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이날 시연에서 사용된 알파버전 셋톱박스에는 고가의 인텔칩이 내장돼 있다. 로지텍이 내놓을 마우스 일체형 키보드도 별도 구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