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국내에서는 모바일에서만 어드벤처 게임의 명맥이 이어지는 상황이에요.”
지난 3일 EA모바일(대표 김길로) 본사에서 만난 ‘밀실탈출-검은방3’의 총괄기획자 진승호PD는 “솔직히 ‘3편 징크스’를 걱정하기는 했다”고 입을 열었다. ‘3편 징크스’는 시리즈작의 3편은 망한다는 속설.
“출시를 기다린 많은 이용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낸 셈이죠. 팀 내부에서도 전작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계승한다는 것이 생각으로 진행해 나갔어요. 다행히 이용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한 시름 덜었죠.”

밀실탈출 어드벤처 ‘검은방3’는 치밀한 추리와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로 많은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은 게임. 출시되기도 전부터 각종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검은방3’에 대한 기대와 문의가 빗발쳤다. 심지어 ‘검은방’의 등장인물을 코스프레 하는 코스튬 플레이어들도 있다.
‘검은방2’까지의 게임 내 모든 추리 및 스토리를 혼자 기획한 진 PD는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사실 전작의 핵심 사건도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은 경우다. 이번 ‘검은방3’를 기획할 때는 데니스 루헤인의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 등을 재미있게 읽었죠. 죄의식과 관련된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아마 알게 모르게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 것이 게임에 많이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책이나 드라마를 볼 때도 그때그때 메모를 해두는 편이에요.”
게임 내에서 다양한 추리와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보니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게임이 너무 어려우면 이용자가 단순 추리에 빠지게 돼 스토리 전체의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컷 게임을 다 깬 후에 “그런데 무슨 내용이었지?”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중심을 잡으려고 많이 노력했죠. 일반적으로 탈출 어드벤처 게임은 시리즈가 거듭 될수록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검은방’은 그러지 않으려고 했어요. 전체적인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를 똑똑하게 느끼게 하자’는 것을 염두에 뒀죠.”
진 PD는 2년 전 ‘검은방’ 시리즈가 막 출시됐을 때 ‘영웅서기3’ 때문에 받은 설움(?)도 웃으며 공개했다. ‘검은방’ 첫 출시 당시 마련한 이용자 간담회에서 받은 질문이 “그래서 ‘영웅서기3’는 언제 나와요?”였다는 것. 심지어 행사를 취재해 간 게임 커뮤니티의 기사에서도 ‘검은방’은 아주 짧게 언급되고 ‘영웅서기3’에 모든 조명이 맞춰졌다.
“그때는 지금처럼 ‘검은방’의 브랜드가 없던 시기였으니까요. 스릴러 어드벤처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도 없는 상태였죠. 당시 처음 세운 1년 다운로드 수 목표가 5만개에 불과했어요. 다행히 이용자 반응이 좋아서 5만개는 단 몇 개월 만에 돌파했었죠.”
진 PD는 “게임을 접해보지도 않고 ‘어드벤처는 한 물 갔다’, ‘단순하다’, ‘다 그만그만하다’는 편견을 가진 이용자들이 꽤 많다”며 “오히려 스릴러 어드벤처는 이용자들의 감정 이입이 가장 쉬운 장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 터치폰, 스마트폰에서 가장 최적화될 수 있는 게임 장르도 복잡한 조작이 필요 없는 스릴러 어드벤처라고 생각한다”며 “‘검은방3’로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검은방3’에 가장 애착이 간다는 진 PD는 현재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완결이 멀지 않았다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어드벤처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이용자에게 ‘검은방3’를 권하고 싶다는 진 PD는 ‘검은방’ 시리즈에 대해 ‘군상극’이라고 표현했다.
“‘검은방’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요.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스토리 내에서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각각 보여주는 거죠. 스릴러라고 해서 어둡고 무섭기만 한 건 아니에요. 게임을 플레이 하다보면 인간의 죄의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그 안에서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