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IT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반짝했다 사라지는 것이 있는 반면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으로서의 위력을 갖춘 것도 있다. 변화를 향한 도전에도 역시 파이오니아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변화에 나섰다고 해서 혁명가 이미지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변화는 생각보다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작은것 하나가 큰 혁신을 몰고올 수 있는 것이다. 변화도 '무조건 크면 좋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인 다음에 판이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
벤처기업에서 고정관념과 싸워가며 변화를 향해 뛰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안철수가 소셜게임을 한다고? 송교석 안철수연구소팀장
안철수연구소하면 십중팔구 '보안'을 떠올린다. 안철수는 국내 대표적인 신뢰의 브랜드다.
그러나 보안 색깔이 너무 강하면 다른 사업을 하는데 지장이 될 수 있다. 보안이 아닌데도 보안으로만 바라보면 난감하게 마련이다.
송교석 팀장은 보안 색깔이 강한 안연구소에서, 생뚱맞게도 소셜 게임 사업을 맡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이 뜨면 소셜게임도 확산될 것으로 판단하고, 일찌감치 안연구소 사내벤처 '고슴도치플러스'를 맡아 보안이 아닌 신규 사업을 추진해왔다.
소셜게임이란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난 2006년 말 안철수연구소 사내 사업 아이템 공모에 당첨돼 본격적으로 소셜 게임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추격 게임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5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 앱스토어에서는 소셜 게임 ‘해피가든’을 앞세워 유료 콘텐츠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송교석 팀장은 안철수연구소도 게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임도 했는데,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송교석 팀장은 현재 보안을 벗어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개발중이라고 한다. 안연구소 색깔 변화의 선봉에선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대기업 트위터 소통은 이렇게 - 조주환 KT온라인 매니저
대기업은 관료적이다. 프로세스도 복잡하다. 그런 만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는 어딘가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이 트위터하면 왠지 홈페이지에나 올릴 만한 딱딱한 내용을 올리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대형 통신 업체인 KT가 트위터 세계에서 대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트위터한다고 하길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갈 줄 알았더니 네티즌들과 편하게 어울려가면서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댓글을 달면 그때 그때 친절하게 답해준다. 그래서다. KT 트위터는 딱딱한 회사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좀 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조주환 매니저는 2만2천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KT기업 트위터 운영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이 아니다.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모름지기 누가 시켜서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KT 트위터는 기업 트위터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우선 누구보다 먼저 시작한 것이 컸다.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고 하니 회사도 반대할 리 만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트위터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한 감각적인 운영으로 ‘기업 트위터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시범을 보였다는 점이 그가 주목받는 결정적 이유다.
여전히 트위터로 대표되는 SNS는 우리에게 낯설다. 이를 활용해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겠다는 발상 역시 결코 쉽게 나올 수 없다.
2만 2천명의 팔로워라는 숫자는 지금 우리나라 SNS 이용자 저변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기존 마케팅 상식으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큰 규모 역시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평범한 홍보담당자에 불과했던 그가 트위터 하나로 수십억원을 들여야 하는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십 명의 전화상담원이 동원돼도 쉽지 않은 고객과의 소통을 이뤄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영웅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SNS 마케팅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잠자는 시간만 빼면 트위터 앞에 붙어있다는 소문을 믿고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던졌다.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약 140자 가량의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의 SNS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고객보다 먼저 경험하고 준비해나가는 기업만이 급변하는 온라인 트렌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어떤 기업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SNS 마케팅입니다.
■'삼성-LG말고 우리도 3DTV 만들어요- 김희정 현대아이티 연구소장
지난 2008년 4월 중견디스플레이업체 현대아이티는 야심차게 3D 입체 디스플레이로 TV 가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과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연구개발을 담당한 김희정 현대아이티 연구개발 소장은 지금 어떤 느낌일까. 비웃음을 샀던 3D TV가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 가전 메이커들에게 사활이 걸린 이슈가 됐으니 만감이 교차할 법도 하다.
일찌감치 3D TV 연구개발에 나선 현대아이티는 현재 3D TV 시장에서 맏형 격으로 성장했다. 비록 TV가전 시장의 거물인 삼성전자가 추격해오고 있지만 원천기술로만 보면 여전히 현대아이티가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해 김 소장은 132인치 3D 멀티비전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46인치 디스플레이 6대를 연결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구현된 3D 콘텐츠는 생생한 입체효과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보통 3D TV는 화면이 커질수록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3D TV가 현 40인치 안방TV 제품을 70인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블루레이 영화 등 콘텐츠와의 호환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 3D TV 사업이 순풍을 달기 위해선 핵심 부품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 및 개발원가 감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선구자 - 장진영 유엔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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