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사이클의 고리를 '벗는다'

[창간10주년기획: 다시 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3]

일반입력 :2010/05/21 15:31

송주영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통상 4년을 주기로 경기가 순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실리콘 사이클’이란 용어가 있다.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고점을 찍었다가 다시 최하점으로 주저앉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경기 하강기에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업체들도 다수 존재했다. 독일의 D램 업체인 키몬다 파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시장 경쟁에서 탈락 업체들이 속출하면서 업체수가 줄어 경쟁사들의 투자 추이를 통해 시장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시황에 급격히 반응했던 '천수답 경영'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단 의미다. 실제 D램만 하더라도 20여개에 달했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시장 예측이 한결 용이해졌다.

이런 환경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은 실리콘사이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 시황에 대한 민감성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 기르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

모바일D램, 서버, 그래픽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해 경기 부침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반도체 등 메모리 반도체 이외 제품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연구개발 강화를 통한 시장 선점을 위한 역량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격투자로 격차 벌리기 나서

삼성전자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발표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은 점유율 확대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올해만 메모리 9조원, 시스템반도체 2조원 등 반도체에서 11조원에 달라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기공식을 개최한 화성 반도체 16라인에 대해선 완공까지 단계적으로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6라인은 내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면 그만큼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 확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수답 경영 탈피에 대해 "점유율 확대 역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 계획 역시 경쟁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들만큼 점유율을 크게 벌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삼성전자 점유율 목표는 D램, 낸드에서 40%대 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이다.

미세공정 분야에서 앞서가면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원가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에서 우월해지고 수익성에서도 앞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미세공정 분야에 대해선 이견 없이 세계 1위다. D램 30나노급, 낸드 20나노급 양산 발표도 가장 앞섰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가 기존 시황에 대응하는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면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7가지 품목에 대해 세계 점유율 1등을 목표로 DDI, CMOS, 스마트카드IC, 미디어플레이어 SOC, AP,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가 진행중이다. 올해 사상최대 규모 투자발표와 함께 시스템반도체도 2조원 규모로 당초 1조원 미만에서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하이닉스, 체질 개선으로 수익성 강화

하이닉스는 부침이 심한 반도체 산업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체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해 1조원 채무를 상환하고 투자를 진행한다. 내부 유보와 하강 국면에서 자금 활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승부가 속전속결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큰 반면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경쟁구도"라고 설명한다. 하아닉스의 경우 지난 불황기를 겪는 동안 시장 점유율이 확대, 이 같은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이닉스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창출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006년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5%에 불과했으나 2007년엔 6%, 2008년엔 11%까지 증가시켰다.

연구개발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 전체 인력의 20% 수준까지 연구개발 인력이 확대됐다. 향후에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10% 안팎으로 지속 유지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PC, 서버, 모바일, 그래픽 용도의 D램 중 고부가가치 비중을 늘리고 있기도 하다. PC용 제품은 범용제품으로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시황에 따른 가격변동도 심하다.

반면 서버, 모바일, 그래픽용 D램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황에 따른 가격변동도 PC용 보다는 적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안정적으로 거래선에 공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시황변동에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하이닉스는 PC외 D램 비중에 대해 지난해 초 40%대 초반에서 올해 1분기 50%까지 비중을 확대했다. 제품 전개에 있어서도 빠른 속도(그래픽), 저전력(모바일) 등에 집중한 세계 최초 제품을 꾸준히 개발했다.

이외에도 DDR3 D램 제품 등을 삼성전자와 함께 해외 경쟁사에 비해 한발 앞서 내놓으면서 수익성 확대에 공헌하고 있다. DDR3 D램 출시와 함께 점유율도 올라서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9.4%에 불과하던 점유율은 지난해 21.6%로 성장했다. 하이닉스는 현재 1분기 60% 수준 DDR3 제품 비중을 연말에는 8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