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1 접속료 산정은 KT·통합LG텔레콤 등 유무선 통합법인 출범, 네트워크에서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업계의 관심이 크다.
오는 9월 첫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허용, 인터넷전화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 FMC(Fixed Mobile Convergence)와 같은 유무선 통합서비스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접속료를 결정하는 데 주요 이슈로 꼽힌다.
특히 그동안 비대칭 규제의 이론적 토대가 됐던 유효경쟁정책의 틀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적용하느냐가 업계의 첨예한 관심사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이번 접속료 산정 기준이 2008년 말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앞서 제기됐던 이슈들이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으나, 향후 5~6년의 정책적 방향성을 결정하는 첫 단추가 된다는 측면에서 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이같은 폭발력을 지닌 접속료 산정작업을 당초 상반기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제정 문제등 몇개의 이슈가 겹치면서 조금 미뤄지는 양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자들로부터 관련 의견을 20여 차례 듣는 등 착실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크게 미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략 올 하반기초엔 윤곽이 니올 것"이라고 말했다.
■ ‘유무선 통합법인 출범-데이터 비중 증가’, 원가 산정 영향
접속료 산정의 기본 틀은 음성을 기준으로 원가를 통화량으로 나눈 값이다. 분모인 원가가 커질수록 접속료 산정에서 유리해지고 반대로 분자인 통화량이 늘면 불리해지는 구조다.
KT-KTF와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통합되고, 네트워크에서 데이터 매출이 증가하는 것도 그래서 접속료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네트워크를 통합해 사용하면 네트워크 원가가 줄어들고 데이터 비중이 높아질수록 음성 원가가 낮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KT·통합LG텔레콤의 합병 시점이 각각 2009년 6월과 2010년 1월이기 때문에 2008년 말을 기준으로 하는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는 어느 정도 반영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원가에 큰 영향을 주는 설비 투자비용이 중가하면 접속료 산정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어 3G 등에 계속적인 투자를 해온 KT와 3G 사업을 포기한 통합LG텔레콤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통합LG텔레콤의 원가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 큰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방통위가 향후 정책적 방향성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원가 검증에서 합병으로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고 기존 방식의 정책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접속료는 음성을 기준으로 역무별로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병과 상관관계를 단정할 수 없고 장기적 반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비중이 높아지면 음성이 줄어드는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하면 원가에 영향을 주겠지만 음성 비중 역시 함께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원가가 줄어든다는 가정은 맞지 않는다”며 “투자 규모가 늘어나면 접속원가가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MVNO 접속료 첫 산정, 그 결과는
오는 9월 이후 MVNO가 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는 인터넷전화 사업자 등장 때와 같이 MVNO의 접속료가 처음으로 만들어진다.
아직 MVNO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그동안 MVNO 허용으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누누히 밝혀 온 방통위로서는 이번 접속료 산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MVNO도 접속료 체계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며 “모든 MVNO를 대상으로 할 것이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준을 만들 것이냐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MVNO가 접속료 체계에 들어오려면 일정정도의 회선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접속수익이 회선설비 비용보다 크지 않을 경우 오히려 MVNO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전화-유무선 통합(FMC) 서비스 확대도 영향
최근 KT가 010과 070으로 나눠 제공하던 FMC 서비스를 010으로 통합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FMC 서비스도 향후 접속료 산정의 변수로 등장했다.
인터넷전화 서비스로 제공되는 무선랜 지역에서 010 번호를 사용할 경우 상대사업자가 이를 이동전화와 인터넷전화 중 어느 접속료를 적용해야 하는 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발수신자의 위치파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식별번호 만으로는 이동전화와 인터넷전화를 구분할 수 없어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당장 이번 접속료 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지만 향후 접속료가 요금인하 부분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접속료에 간접적 영향은 미칠 수 있지만 이를 정산하는 비용이 접속료보다 클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책적으로는 이를 보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접속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끊임없이 제기해 온 접속료 인하 요구도 어떻게 결론 내려질 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유선사업자 간 가입자구간의 접속료를 모두 없애 접속료의 매출 비중을 낮추거나 접속료 인상을 요구할 태세다.
인터넷전화 사업자 간에는 가입자망의 보유 여부 등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여기서는 KT가 유효경쟁정책에 따라 후발사업자에게 지원해왔던 시내외 지원 축소 여부를 주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협의 여하에 따라 결론의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인터넷전화 업체들의 요구사항은 충분히 알고 있고 본격적인 접속료 산정작업이 시작되면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접속료 1원의 차이가 수 십, 수 백억원의 매출차이를 불러일으키는 통에 개별 이슈에 대한 각 사업자의 입장차이가 크다. 실제, 올해 KT·SK텔레콤·통합LG텔레콤 등 통신3사가 유무선 상호접속료 정산에서 발생하는 접속료 규모는 2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접속료 산정기준문제는 항상 이처럼 원단위의 차이가 천문학적 규모가 되는 폭발력 때문에 업계를 긴장시킨다.
특히 이번에 가닥을 잡을 접속료 산정 문제는 유효경쟁정책에 종료에 따른 단일접속료 적용시점이라는 점과 곧 가시화될 All-IP화를 아우를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그 사안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방통위가 이 같은 난제를 어떤 '솔로몬의 해법'으로 풀어낼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