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SK텔레콤 "상생 또 상생"

일반입력 :2010/03/11 16:29    수정: 2010/03/12 13:21

김태정 기자

“오로지 IPE에 집중”

지난 6일 마케팅비 절감을 주제로 가진 통신CEO 간담회 후 정만원 SK텔레콤 대표가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SK텔레콤의 에이스는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임을 재차 강조한 것.

산업생산성증대를 뜻하는 IPE는 이종산업간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상생’ 전략이다. 다른 산업에 통신을 접목, 함께 성공하는 신 서비스를 개척하자는 뜻이다.

IPE에 대한 정 대표의 의지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올해는 IPE를 기반으로 ‘극세척도(克世拓道)’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세척도는 세상을 극복해 새 길을 개척한다는 의미. 정 대표와 SK텔레콤에 있어서 IPE, 더 나아가 상생은 미래 성장의 열쇠다.

수치상 포부는 더 거대하다. 정 대표는 유통,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 제조(자동차), 주택/건설, SME(중소기업) 등 8개 핵심사업을 선정, 오는 2020년까지 IPE 전략에서 2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산업 전방위로 IPE 공세

말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만들어진 SK텔레콤 IPE 조직은 올 들어 사내서 가장 분주한 곳으로 꼽힌다.

우선, 금융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소식이 나왔다. 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투자 한 ‘하나SK카드’를 지난달 22일 공식 출범시킨 것. 모바일과 금융을 결합한 상품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3G 유심(USIM) 금융폰을 보급해 특정가맹점 할인, 쿠폰지급 등 혜택을 돌린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쇼핑시 실시간 세일정보와 쿠폰을 휴대폰에 전송하는 시스템도 마련해간다.

SK텔레콤에서는 박상준 부사장과 윤원영 마케팅본부장 등 14명이 대거 하나SK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제조 분야에서는 포스코와 손을 잡을 전망이다. 지난달 포스코 ‘유무선 통합 프로젝트’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 SK텔레콤에게는 제조 IPE 주도권 잡기를 위해 꼭 정복해야 할 고지로 꼽힌다.

포스코가 구축 예정인 '유무선 통합 프로젝트'는 SK텔레콤이 지난해 공급한 스마트폰(블랙베리) 기반 모바일오피스 개념을 넘었다.

사내 모든 유선전화를 무선전화로 대체하고,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 WCDMA망을 이용한 광대역 유무선 통합망 체계를 구축한다는 광범위한 내용으로 향후 4년간 진행된다. 물류·설비·안전·에너지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 개념이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동부그룹 모바일 오피스, 청담러닝 지능형 오피스 개발 등 IPE 개척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산업융합 기술력 강화 총력

문제는 기술력이다. IPE라는 단어를 붙이지는 않았지만 이종산업융합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KT, LG텔레콤 등과 경쟁할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

당장 KT의 경우 비씨카드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SK텔레콤과 모바일 금융시장서 한판을 예고했다. SK텔레콤이 협력사에게 보일 구체적 기술 확보에 더 매진하는 이유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0’을 기회로 썼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업체 최초도 대규모 전시 부스를 마련, IPE 신기술을 세계에 공개했다.

특히 자동차산업 생산성 증대를 위한 신기술로 주목받은 MIV(Mobile In Vehicle)가 눈에 띈다. 휴대폰을 이용해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원격 진단/제어해 차량 도난방지, 긴급구조 통신, AV시스템 연동, 자동차 원격검침 등을 가능케 한 기술이다.

당장 올 하반기 중국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며, 이를 기점으로 MIV 관련 글로벌 시장이 내년 2천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2천억원 이상 씩 성장할 것으로 SK텔레콤은 기대 중이다.

모바일 3D TV도 인기를 끌었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내서 첫 시연한 기술로 영상변환을 휴대폰에서 구현한 내용이다. 영상 제작과 단말기 개발에 관련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2D 영상을 3D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협력사와 함께 크는 생태계 만든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IPE가 함께 크자는 상생의 진정 의미를 최대한 방영했다고 강조한다. 생색내기 혹은, 수주에 대한 포장 등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인식 SK텔레콤 기업사업부문장은 “타 산업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근력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 파트너들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는 사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근래 SK텔레콤이 보이는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이 상생 의지를 대변한다. 상생펀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중소기업은행과 각 500억원씩, 총 1천억원 규모의 중소 협력업체 대출 이자율 인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기존 대출금리 대비 최대 2.34% 절감효과가 있고 최대 30억까지 지원 가능하다

상생펀드는 1년 단위로 운영되며, 기간 만료 시점인 오는 6월2일 이전에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연장 여부를 결정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협력사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밖에 지난해 2만4천여명이 참여한 상생 아카데미와 전문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우수 콘텐츠 개발을 위한 100억원 규모 T스토어 펀드 등도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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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새로운 사업 추진에 있어 다양한 사업자들을 모아 협업하고, 그 결과물을 상호 분배함으로 써 더 많은 사업자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노력이 모이는 것이다.

정만원 대표는 “SK텔레콤만의 노력으로는 IPE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며 “다양한 협력사들의 애정 어린 충고와 관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