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과 '상생' 올해 뉴미디어 시장을 뒤흔드는 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거대한 변화속에, 생존하기 위해 협력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는게 관건이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내 뉴미디어 시장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등 다양한 플랫폼에 걸쳐 변화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콘텐츠제작업체(PP)를 포함하면 얽힌 사업자는 수백여개에 달한다.
국내 미디어 시장은 끊임없이 갈등국면이 계속돼왔다. 플랫폼간 경쟁, 지상파 재전송 갈등, 플랫폼과 PP간의 갈등 등 일일이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 치열한 경쟁이라기보다는 첨예한 갈등이라 할 만하다.
올해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종합편성채널, 민영 미디어렙 등 업계는 물론 정계도 관심을 가지는 것들이다. 때문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올해를 ‘미디어 빅뱅의 원년’이라고 표현한다.
갈등과 경쟁으로 점철된 뉴미디어 시장이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뉴미디어가 경쟁력을 갖추고 국제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생이 필요하다. 갈등을 접고 시장을 키우지 않으면 향후 어떤 뉴미디어가 나와도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갈등, 뉴미디어의 과거와 현재
갈등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분은 IPTV와 케이블TV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다. 통신업체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과도한 현금마케팅이 지적되자 방통위조차 사은품을 15만원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통신사의 대규모 마케팅은 케이블TV에 직격탄을 날렸다.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1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양측은 지금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상파방송 재전송 문제도 진행형이다. 최근 케이블TV와 지상파방송사 간에 진행중인 재전송 관련 소송이 대표적. 지상파 방송사측은 MSO에게 재전송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별도 대가 없이 공생관계를 형성했던 지상파와 케이블TV가 완전히 돌아서는 사건이었다.
IPTV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도 지상파 재전송 관련 계약과 관련해 항상 충돌을 빚는다. IPTV와 위성방송 측은 지상파 측에 재전송료를 지불하지만 케이블TV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지불계약 자체를 못마땅해 하고 있다.
케이블 SO와 PP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수신료 배분관련 줄다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방통위가 수신료 배분을 25%로 못 박을 정도로 양측의 대립은 첨예하다. 또한 매년 채널선정을 두고 빚어온 논란도 여전하다.
■빅뱅, 뉴미디어의 가까운 미래
올해는 종합편성채널과 민영미디어렙이란 변수가 등장한다. 방송사업자 소유지분 제한도 완화됐다. 업계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가 노심초사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종편채널이 등장하면 지상파와 뉴미디어간의 권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케이블TV와 IPTV에 종편채널이 포함되면 뉴미디어 입장에서는 지상파 재전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방송광고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거대 방송사업자의 새로운 등장은 방송광고 시장에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국내 광고시장의 규모가 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돼 온 것을 비춰보면 사업자간 광고 나눠먹기가 될 공산이 크다.
민영미디어렙이 나오면 광고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독점하던 지상파방송광고 대행사업이 경쟁구도로 바뀌는 것과 함께 방송사업자간 광고유치경쟁도 심해질 우려가 높다.
모바일IPTV도 조금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올해 G20 행사에서 모바일IPTV를 시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신사업자들은 최근 IPTV를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의사를 조금씩 흘리는 중이다.
모바일IPTV는 방송사업자간의 저작권 문제가 얽혀 있고 관련법도 없는 상황이라 상용화에 난제가 많다. 현재 국내에 구축된 네트워크 용량도 IPTV콘텐츠를 끊김없이 동시에 전송하기는 무리다. 무엇보다 IPTV가 방송서비스가 아닌 통신서비스로 분류됐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DMB와의 상충도 우려된다.
■상생, 뉴미디어가 가야할 미래
뉴미디어업계의 실타래는 너무나 복잡하게 엉켰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처럼 갑을관계도 고정됐다. 하지만 기술발전과 함께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는 속도는 전과 비교할 수 없다. 지금처럼 경직과 대립 일변도의 상황이라면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 환경을 분야마다 골고루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갈등을 청산하고 상생을 모색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지난해 KT가 위성방송과 함께 출시한 ‘쿡TV-스카이라이프 하이브리드 상품’이 좋은 예다. IPTV가 보유한 다양한 VOD콘텐츠와 스카이라이프의 넓은 커버리지를 합친 이 상품은 장점이 결합돼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로 화제가 됐다. IPTV와 스카이라이프 모두 가입자가 증가했음은 물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이 다르더라도 각자의 장점을 결합한다면 얼마든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간 명확한 계약관계를 설정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연초 분위기는 상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듯 보인다. 올해 초 뉴미디어 업계는 미디어 빅뱅을 앞두고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지난달 1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뉴미디어 업계 신년 하례회에서 16명의 뉴미디어 대표들은 상생을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해외 진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블과 IPTV 업계는 가격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재송신 문제로 지상파 방송사와의 분쟁에 더해 뉴미디어 출혈경쟁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디지털전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방송계가 분쟁과 과당경쟁을 겪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석호익 KT 부회장도 “업계 스스로 비정상적 경쟁을 지양하고 상생경영 해야 한다”며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금까지 뉴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시장을 키우는 방안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선 한국DMB 사장도 “DMB는 기술은 좋지만 비즈니스 모델 부재로 해외 수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개통비를 비롯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 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동식 CJ미디어 사장은 “tvN이 4개국에 진출하는 등 한국 PP가 아시아 시장에서 희망을 갖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국내에서도 콘텐츠 유통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처럼 올 해 우리의 화두는 ‘창의개척’이 될 것”이라며 “업계가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구상해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