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HP, 스마트폰 시장에서 잠잠한 까닭은?

일반입력 :2010/02/24 17:36

황치규 기자

데스크톱과 노트북 PC 시장을 틀어쥔 휴렛패커드(HP)가 유독 스마트폰에선 맥을 못추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분기 HP는 아이팩 스마트폰을 포함한 핸드헬드 제품 매출이 2천500만달러까지 떨어졋다. 전년도 같은 기간 5천700만달러에서 뚝 떨어진 성적표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과 관련 기기 판매로 지난 분기 5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세계 스마트폰 판매가 노트북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HP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모바일이 차세대 컴퓨팅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는데, HP와 같은 규모를 갖춘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는 얘기였다.

시장 조사 업체 IDC의 케빈 레스티보 애널리스트는 "HP가 스마트폰 게임을 원하는지 아닌지 파악중이다"면서 "전략이 무엇이든 HP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HP는 지난 2001년 컴팩컴퓨터를 인수하며 아이팩 PDA 사업을 손에 넣었다. 최근에는 윈도모바일 기반 스마트폰 아이팩 글리슨도 발표했다. 그러나 특별한 마케팅은 보여주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팩은 리서치인모션(RIM), HTC, 애플에 밀려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HP는 지난 몇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빅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2006년에는 핸드헬드 기기를 별도 사업부로 분리시키는 카드도 뽑아들었다. 스마트폰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바뀐게 없다. HP는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마이너다.

HP는 지금도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진지한 모습. 그러나 향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HP가 스마트폰 사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있어 시기를 놓친 것은 아직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HP는 강력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HP의 소극적인 행보는 경쟁 PC업체들과도 대조적이다. 에이서, 델, 레노보, 아수스 등은 최근들어 스마트폰 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신형 모바일 플랫폼 윈도폰7 시리즈를 공개하며 HP가 윈도폰 기반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HP는 현재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 기기를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HP는 올해 애플 아이패드와 경쟁할 태블릿 기기 '슬레이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HP 퍼스널 시스템 그룹(PSG) 필 맥키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인용해 "HP는 스마트폰에 주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유형의 폼팩터 시장에서 기회가 있는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HP는 지금 3.5인치와 9인치 미만 사이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를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