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 게임엔진 3선

일반입력 :2010/02/17 09:59    수정: 2010/02/17 18:55

봉성창 기자

언젠가부터 어떤 게임을 평가하기에 앞서 어떤 엔진으로 개발됐는가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령 언리얼엔진이나 크라이엔진으로 개발됐다고 하면 게임을 보지 않고도 일단 그래픽이 뛰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심지어 고가의 그래픽엔진으로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들 유명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면 그래픽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게임을 통해 알려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무조건 그래픽이 좋아지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엔진은 일종의 틀에 불과하고 결과물은 그것을 활용한 개발자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 엔진에 대한 또 다른 편견도 있다. 언리얼이나 크라이엔진과 같은 유명 엔진은 높은 PC사양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개발자가 이들 엔진을 활용해 어떻게 게임을 만드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엔진에서 지원하는 각종 기능을 이용해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구현하면 그만큼 PC 요구 사양이 올라가는 것 일뿐 해당 엔진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마디로 게임 엔진은 그야말로 개발자들에게는 연장이나 다름없다. 사용법이 익숙하다는 전제하에 좋은 연장은 빠른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반대로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연장이라고 해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개발자들의 손에 익은 연장 역할을 하며 시각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는 전 세계 주요 엔진에는 무엇이 있고 이들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또한 이들 엔진을 활용해 개발된 게임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 높은 범용성과 유연한 구조 돋보이는 ‘스위스아미나이프형’

‘비현실적인’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언리얼 엔진은 에픽게임즈가 지난 1994년 당초 동명의 게임인 ‘언리얼’을 위해 개발됐으나 이후 상용화 엔진으로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언리얼 엔진은 꾸준한 업데이트와 기술지원을 통해 완성된 편리한 개발도구를 제공하고 있어 오랜기간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끈끈한 개발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 많은 개발자들이 다룰 줄 안다는 범용성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본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유연한 엔진 구성을 통한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그야말로 거의 모든 개발언어와 상호 연동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언리얼 엔진이 가진 저력이다.

이러한 범용성으로 인해 ‘언리얼 엔진’은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사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를 비롯해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 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2’ 등이 있다.

이후 언리얼은 꾸준한 버전업을 통해 지난 2006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3나 X박스360과 같은 차세대 콘솔 플랫폼 및 다이렉트X10을 지원하는 ‘언리얼 엔진3’가 선보였다. 에픽게임즈는 현재 2012년에서 2018년 사이 출시를 목표로 4.0 버전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언리얼 엔진3로 레드덕스튜디오의 ‘아바’를 비롯해 웹젠의 ‘헉슬리’,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2’,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2’, 애니파크의 ‘A4’ 등 대부분 기대작들이 현재 ‘언리얼 엔진3’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에픽게임스는 언리얼의 보다 원활한 보급을 위해 언리얼 엔진3의 무료 버전인 언리얼 개발 킷(Unreal Development Kit, UDK)를 전 세계 동시 출시하기도 했다.

UDK는 무료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핵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특히 출시 1주일 후 전 세계 다운로드 수를 조사한 결과 전국 4천 500개의 도시 중에서 서울이 1위를 차지했으며, 국가별 집계에서도 한국이 3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 개발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브리오 엔진(Gamebryo engine) - 전 세계 개발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받는 ‘장도리형’

보통 게임 엔진의 경우 그래픽 이외에 물리, 네트워크, 사운드 등 모든 개발을 아우르는 통합형 엔진을 지칭하는데 반해 게임브리오는 오로지 3D 게임 그래픽만을 위한 엔진이다. 현재 2.6버전까지 출시된 상태며 이후 버전업을 통해 물리 엔진이 추가되기도 했다.

게임브리오는 언리얼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임 엔진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4년 NDL이라는 게임 기술엔진 전문회사에서 최초로 개발된 넷임머스라는 엔진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넷임머스 엔진이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2003년 5.0 버전이 되면서 이름이 게임브리오로 바뀌었다. 아울러 개발사의 이름도 NDL에서 이머전트 게임 테크놀러지로 함께 변경된다.

오랜 역사 만큼이나 개발자층 역시 폭넓다. 대부분 국내 게임 관련 학과에서 게임브리오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객체 지향적인 특성으로 인해 초보 개발자도 비교적 익히기 쉽다. 특히 게임브리오 엔진은 온라인게임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EA미씩의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등 해외 유수의 온라인게임이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개발됐다.

국내서도 ‘블랙샷’, ‘아틀란티카’ 등 기존 작품부터 ‘창세기전 온라인’, ‘어스토니시아 온라인’, ‘라임 오딧세이’ 등 신작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 많은 중소개발사들은 ‘게임브리오’를 선호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언리얼이나 크라이엔진에 비해 라이선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브리오’가 고품질 그래픽은 구현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오해도 살 정도. 출시 당시 최고의 그래픽과 높은 PC요구사양으로 주목받았던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이 게임브리오로 개발됐다는 사실은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에 충분하다.

■크라이 엔진(Cry engine) - 지형지물 표현에 탁월한 성능 발휘하는 ‘전기드릴형’

독일의 게임회사 크라이텍이 ‘파크라이’를 제작하기 위해 개발한 ‘크라이엔진’은 우리에게 ‘아이온’으로 최근 급부상하며 친숙한 엔진이 됐다. 뒤늦게 개발된 만큼 언리얼이나 게임브리오에 비해 대중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강력한 렌더링 성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크라이엔진을 통해 만든 ‘파크라이’가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두면서 덩달아 크라이엔진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이후 크라이텍은 크라이엔진 2.0으로 개발한 ‘크라이시스’를 선보이며 게임에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크라이엔진은 특히 광활한 지형 묘사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폴리범프 매핑(polybump mapping)이라는 특허받은 기술은 돌이나 물과 같은 자연적인 사물은 물론 쇠나 가죽과 같은 인공물에 이르기까지 실제와 흡사한 세밀한 질감 표현을 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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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크라이엔진이 FPS에 특화된 엔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5 버전으로 개발돼 지난 2007년 선보인 ‘아이온’은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밖에도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나 리로디드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있는 신작 온라인게임 ‘더데이’ 등이 크라이엔진2를 사용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대중성이나 범용성 면에서는 보완해야할 요소가 많고 라이선스 비용 역시 여타 엔진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게다가 PC플랫폼에 특화됐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국내서는 온라인게임 개발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라이엔진의 수요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