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개인용 기기 시장을 강타한 사용자 경험(UX) 열풍이 재미나 화려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까지 옮겨붙었다. 기업용 SW 시장의 경우 지난해를 기점으로 UX가 업계 판세를 좌우하는 중량감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이를 보여주듯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SW업체들은 물론 삼성SDS와 LG CNS 등 대형 IT서비스 업체까지 UX를 외치고 나섰다. 삼성SDS의 최정아 책임연구원은 "경영진 차원에서 UX를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UX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음을 분명히 했다.
■UX, 생산성 향상의 선봉에 서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UX 이슈는 개인용 시장과는 다르다. 재미나 놀라움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지현 서울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목적이 정확한 SW나 인트라넷 내부 결제 프로세스에 UX가 많이 들어간다"면서 "목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엔터프라이즈 UX에서는 지각보다는 인지 경험이 우선시된다. 업무를 잘 몰라도 쓰는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는게 관건이다. UX가 좋으면 직원이 새로 들어와도 업무나 조직, 데이터 흐름 및 상관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엔터프라이즈에서도 UX가 매력적인 이유다.
삼성SDS 최정아 책임연구원은 "B2C의 경우 UX는 디자인으로도 많이 해석되지만 엔터프라이즈는 HCI(휴먼 컴퓨팅 인터렉션), 데이터마이닝, 스토리텔링 지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업무 콘텐츠에 필요한 UX 솔루션 시장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터프라이즈 UX 이슈는 커뮤니케이션 강화와도 무관치 않다.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에 기초한 웹2.0과 기업용 솔루션이 결합된, 이른바 엔터프라이즈2.0이 대표적이다. 야후코리아의 최우일 부장은 "기업용 솔루션은 그동안 효율성이 우선시됐지만 웹2.0이 확산되면서 기업 업무 프로세스에도 사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오라클, SAP, MS 등은 글로벌 SW업체들은 이미 UX를 전진배치했고 국내 업체들도 UX에 투입하는 실탄을 늘리는 양상이다. IT서비스 업계도 마찬가지.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삼성SDS와 LG CNS는 지난해부터 UX 전담팀을 꾸리고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섰다. 현재 주력 사업은 물론 미래 먹거리에도 UX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현재 기술본부안에 2개 UX 조직을 운영중이다. 미래를 위한 연구에 초점을 맞춘 정보통신기술연구소 UX랩은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헬스케어 서비스 등 신규 사업에 대한 UX 연구를 맡았다.
모바일은 엔터프라이즈 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위한 UX 솔루션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인 사례도 내놓기 시작했다. 모바일 BI UX가 대표적이다. 모바일BI UX는 작은 화면에서 그래프와 표같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헬스케어와 클라우드는 쪽은 현재 솔루션 개발이 진행중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표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한다는게 골자다.
삼성SDS는 서울대학교와 협력해 UX 개발 방법론과 관련툴도 개발중이다. UX 패턴 카탈로그 구축, UX 설계에서 개발까지 통합된 환경을 제공하는 툴을 통해 설계 및 개발 생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대 이중식 교수는 "엔터프라이즈 UX의 핵심은 프로세스와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LG CNS도 지난해 30여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전문 연구소 'UX랩'을 오픈하고 디자인 검수 업무를 진행중이다. 디자인 전공자 뿐만 아니라 경영, 영문, 경영정보시스템(MIS), 심리, 정보방송, 홍보광고, 교육공학, 인테리어, 전산, 회화 등의 다양한 전공자로 팀을 꾸렸다. UX를 통해 나름 재미를 보고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
모 콜센터 프로젝트의 경우 콜센터 시스템에서 하나의 업무처리를 위해 4개의 화면을 이동하고 25회의 클릭을 해야했는데, UX팀은 실제 사용자 업무 흐름을 고려해 1개 화면으로 설계하고 18회의 클릭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그 결과 콜센터 업무 시스템 동선은 28% 단축됐다. LG CNS는 시스템외에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와 IT가 녹아드는 영상디자인, 공간디자인, 환경디자인으로까지 UX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UX 관심집중
엔터프라이즈 UX 시장은 그동안 어도비시스템즈 플래시, MS 실버라이트, 애이작스 등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이 UX를 위한 기반 기술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3D, 터치스크린 등 개인용 시장에서 UX 열풍을 주도하는 기술들과 엔터프라이즈 UX간 결합이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시장 조사 업체 IDC은 2010년 기업용 SW 시장의 화두로 '소셜리틱 비즈니스 앱'을 꼽았다. 엔터프라이즈 SW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트렌드가 될 것이란 애기였다. 특히 분석 기능이 있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소셜 및 협업SW간 매시업 부문에서 많은 시도들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프랭크 젠스 IDC 수석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협업 및 소셜 네트워킹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환경이 고객과 관련 업계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소비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 업체들도 차세대 UX 연구에 돌입했다. 삼성SDS의 경우 소셜리틱 비즈니스 앱과 정보 매시업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음성 기술도 엔터프라이즈 UX와 궁합이 잘맞는 기술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청각장애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음성 UI가 주목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위기기반서비스(LBS)를 결합한 UX도 주목된다. AR은 가상현실의 한 분야로 실제 사물 위에 가상의 사물을 얹어 보여줘 마치 둘이 하나였던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열풍을 등에 업고 UX 혁신을 이끌 기대주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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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미 AR 및 LBS를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에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중이다. 삼성SDS 최정아 책임연구원은 "AR의 경우 B2C부터 파고들겠지만 B2B 시장도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3D 기술도 '다크호스'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에 3D 기술을 활용할 경우 2D에 비해 많은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 화면 하나에서 전체 데이터를 보게 되면 생산성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런만큼 3D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