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모리 시장에 거듭된 악재가 터졌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업계가 치킨게임에서 승리했단 축제분위기속에 올 1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꺼번에 터진 소식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엘피다가 D램 삼성전자 점유율을 잠식하며 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단 발표가 나왔고 기술유출에 EU 기소 임박건까지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올해 반도체 시황이 2~3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하이닉스 실적이 상당히 괜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지난달과 이번달은 분위기가 또 사뭇 다르다.
■엘피다, 하이닉스 턱밑까지 '추격'
이번달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분기 D램 세계 3위업체인 일본 엘피다의 하이닉스 추격이 전개됐다. 엘피다는 지난 4분기 전기대비 63%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며 점유율도 3분기 대비 4분기 2.6%p 높였다.
엘피다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19.4%로 3분기 대비 점유율 변화가 없는 하이닉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이닉스 지난 3, 4분기 점유율은 21.6%다. 하이닉스도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42% 가량 크게 상승시켰으나 점유율 확대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동안 점유율이 줄었다. 35.6%에 이르던 3분기 점유율이 31.7%로 3.9%p 빠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높이겠단 목표를 밝혔으나 이 수치를 달성키 위해선 올 한해 점유율 상승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하이닉스 역시 엘피다 추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낸드 시장 확대에 나선 하이닉스는 D램 2위 자리를 위협받으며 낸드 시장 확대하는 동시에 D램 시장 수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게 됐다.
■기술유출・EU소송 등 연일 악재
지난 3일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유출이란 악재도 터졌다. 반도체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 90여기 정보가 장비업계 직원을 통해 하이닉스로 흘러 들어갔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
기술이 유출된 삼성전자는 검찰 발표가 있던 당일 오후 최지성 대표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안 의식을 당부하기도 했다.
당황스럽긴 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하이닉스는 제조본부장 등 임원급이 이번 정보를 획득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으며 구속 기소됐다. 이에 하이닉스는 "영장에 명시된 구리공정 기술 등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정보 유입건에 대해 "아직 불법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며 "재판부 판결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불법으로 기술을 입수해 적용한 회사란 인식이 생길까봐 경계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하이닉스도 장비업계로 정보 유출이 이뤄져 경쟁사로 넘어갔을 수도 있단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기술유출건이 터진 바로 다음달엔 유럽연합(EU)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D램 업체를 가격담합 혐의를 적용, 기소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앞으로 EU의 판단결과에 따라 많게는 매출에 10%까지도 과징금으로 부가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IT관련 행사에선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 입지 위상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세계 D램 시장 절반을 차지해버린 국내 업체 노고를 치하하는 정부 측 인사도 여러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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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시황 전망도 좋다. 하지만 올해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이젠 축제를 즐기기보단 내부 조직, 전략 등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기술, 시장에서 국내 업체를 주시하며 쫓아오기 위해 발걸음을 분주히 하고 있다. 인텔, 마이크론의 경우도 낸드플래시 20나노대 개발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업계는 하이닉스 매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