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송, 당당한 음악장르로 ‘진화’

일반입력 :2010/02/04 10:55

정윤희 기자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음악(이하 애니송)의 성장이 눈부시다. 언뜻 들어서는 가요나 재즈 같다가도 ‘알고 보면 애니송’이라는 경우 부쩍 늘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순한 ‘애들 노래’ 정도로만 취급받던 애니송이 당당한 음악장르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국내 애니송은 아동용 음악이나 ‘오타쿠송’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애니송을 어엿한 음악 장르로 생각해 골든디스크를 수여하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서도 팬층이 형성되고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애니송 작업에 참여하는 등 점점 그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에는 ‘한·일 애니송 페스티벌’도 개최돼 국내외 마니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는 후문.

공개를 앞둔 애니메이션들의 경우 애니송이 먼저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다. 오는 11일 개봉 예정인 ‘원피스 10기 극장판-스트롱 월드’는 가수 바다가 국내 주제곡 ‘세상 저 끝까지’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영화의 엔딩곡인 ‘세상 저 끝까지’는 신나는 멜로디에 빠른 템포가 가미된 창작곡이다. ‘원피스’는 그동안 동방신기, NEWS 등 유명 가수가 주제곡을 부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23일 동영상을 공개한 스튜디오 애니멀의 ‘고스트메신저’의 경우도 래퍼 아웃사이더가 주제곡 ‘커넥션-Connection’을 불렀다. 힙합 리듬에 브라스 사운드가 가미된 ‘커넥션’은 아웃사이더 특유의 속사포 랩으로 애니메이션에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

'고스트 메신저'는 저승세계의 고스트메신저가 핸드폰으로 디지털화 된 령들을 다운로드 받아 전투를 벌인다는 스토리의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이다. 아직 정식 방영 전임에도 불구하고 영상 공개 첫 날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의 화제를 모았다.

국산 애니메이션 ‘오디션’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가 입소문을 타며 순항 중이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 애니시네마에서 상영 중인 ‘오디션’은 가수 박혜경이 OST 수록곡 ‘매직’을 불렀다. ‘매직’은 음악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애니송은 걸음마 단계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확실히 저변이 협소하다.

일단 전문 가수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JAM 프로젝트 등 애니송 전문 그룹이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는 이용신씨, 방대식씨, 정여진씨 등 애니송 가수가 있긴 하지만 그 외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아울러 국내 음악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당장 애니송 전문 가수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창작곡보다 일본 주제곡을 그대로 가져온 번안곡이 주를 이루는 현실도 아쉬움을 준다.

애니송의 ‘진화’에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과거와 달리 OST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다”며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많지만 팬층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애니송도 당당한 음악장르의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