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형HDD도 브랜드 시대 열린다"

일반입력 :2010/01/24 15:03    수정: 2010/01/25 16:39

남혜현 기자

이전에는 하드를 사다가 케이스를 씌워 값싸게 판매하는 외장하드디스크(HDD) 업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회사들의 판매 물량이 점점 줄어들거나 정체수준에 머물러 있는 걸로 보입니다. 지금 계속해서 커가는 업체들은 핵심기술인 HDD를 만드는 브랜드 업체들이죠. 인지도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외장HDD 시장이 커갈 겁니다.

조원석 웨스턴디지털코리아 지사장이 외장HDD 시장의 패권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중소업체에서 규모가 큰 브랜드 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를 기반으로 웨스턴디지털은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노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진입장벽 점점 높아질 것

조원석 지사장은 외장형 HDD는 만들기 쉬운 기술이 아닌만큼, HDD 원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경쟁 우위를 지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질 수록 원천기술의 파워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외장 HDD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연간 출하량 6억대, 국내 판매량 1천500만대정도다. 매력적인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만큼 웨스턴디지털이나 씨게이트같은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펼치는 별들의 전쟁 구도다.

결국 승부처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란게 조 지사장 설명.

“국내 중소기업이나 경쟁사 제품에도 저희 하드가 들어가죠.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는 얘기 아닙니까? 국내에서는 사실 PC안에 들어가는 내장하드로 유명했는데 올해는 외장HDD를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동안은 유통망을 확보하고 제품 라인업을 보충하는 준비기간이었죠. 올해를 웬디 외장하드 성장 원년으로 봐주세요.”

사실 국내 디지털 제품 시장은 외국계 업체들에 호락호락한 공간은 아니다. 서비스 및 유통망을 전국에 촘촘하게 갖추고 있는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 게다가 웬디는 경쟁사보다 2년 정도 늦게 외장HDD 시장에 뛰어들었다. 작년 4월 첫 제품을 선보였으니 아직 1년도 안된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그런만큼 조원석 시장은 단숨에 1위가 되겠다는식의 목표를 걸지는 않았다. 우선은 2위 자리에 초점을 맞췄다.

“웨스턴디지털의 가격정책은 보수적인 편이에요. 본사에서는 글로벌 1위인만큼 굳이 출혈적인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한국만은 예외입니다. 로컬 브랜드의 힘을 만만하게 볼 수 없죠. 지난 6개월간 본사를 끝없이 설득했어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실제로 저희 제품 가격이 올해 약 30% 정도 내렸습니다. 기술력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췄으니 올해는 좀 해볼만 하지 않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목표는 ‘업계 2위’ 입니다.”

조원석 시장에 따르면 HDD를 자체제작한다는 것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2.5인치 제품의 경우 노트북 등과 함께 쓰는 사용자가 늘다보니 ‘디자인’을 중요시 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는 “넷북이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디자인’을 많이 본다면서 보다 스타일리시하고 얇게 만들어야 고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 패스포트' 시리즈 하드에 USB 인터페이스를 직접 붙여 일체화하는 방식으로 부피를 줄이 것도 디자인 전략 일환이라는 얘기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다른 고객, 다른 제품’

늦게 시작한 만큼 시장에서 고객들에 더 빨리 다가가려면 마케팅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조원석 지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공략하돼 각각의 특성을 살린 마케팅 전술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어울리는 제품을 차별화해 내놓겠다는 것이다.

조원석 지사장은 분리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가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고가형 제품이 잘 팔리는 곳과 저가형 제품을 주로 찾는 곳을 구분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가전 업체들과의 협업 마케팅도 고려하고 있다. 조원석 지사장은 본사의 경우 소니 캠코더에서 저희 외장하드제품으로 곧바로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탑재하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디지털 카메라 업체 등과 웨스턴디지털도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테라 넘어... 치닫는 용량 경쟁’ 지금 방식으로는 한계

관련업계에서는 올 해 외장HDD시장의 화두를 ‘용량 전쟁’으로 꼽는다. 별도 전원이 필요한 3.5인치 제품같은 경우 1테라바이트(TB) 제품이 보급형으로 안착할 전망이다. HDD제조업체들은2.5인치 제품들도 1T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5인치 1TB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이 웨스턴디지털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1TB 이야기를 하지만, 아마 곧 4TB를 이야기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하드디스크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고성능 제품 생산에 한계가 있죠.

조원석 지사장은 외장 HDD 업체들이 조만간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했다. 320기가바이트(GB)를 주류로 하는 지금까지는 별 다른 막힘없이 용량 경쟁이 수월하게 이뤄졌지만 TB로 넘어가면서 디스크 집적 기술이 벽에 부딪힌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제조방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HDD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운영체제(OS)를 만드는 업체를 포함해 산업 전반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웨스턴디지털은 좀 더 효율적으로 디스크에 데이터를 집적하는 방식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데, 아직 초기단계다 보니 제품 수율이 낮은 상황이라면서도 대부분 업체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는 만큼 곧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제품이 나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관련기사

그는 플래시 메모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플래시로 인해 HDD 시장이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란게 핵심이다.

플래시 메모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제 HDD가 역사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어죠. 하지만 보세요,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고용량 HDD제품에 대한 요구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과 디자인 능력에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