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 시장, 멀티 플랫폼 전략 확산된다"

일반입력 :2010/01/13 17:03    수정: 2010/01/13 17:58

황치규 기자

가상화 업체간 기술 논쟁이 뜨겁다. '업계 최강' VM웨어는 후발업체에 대해 기술적으로 몇수위 앞섰다고 주장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나 시트릭스시스템스는 이제는 해볼만하다는 입장이다. 값비싼 VM웨어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경꾼 입장에선 헷갈리게 마련. 이런 상황에선 여러 업체 가상화 SW를 탑재해 판매하는 서버 업체들의 입을 빌릴 수 밖에 없다.

뭐가 좋다고 직접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 요즘 고객들은 다양한 가상화 플랫폼을 섞어쓰려는 분위기다. 특정 업체것만을 쓰려 하지 않는다. VM웨어는 x86 서버 가상화 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시트릭스는 데스크톱 가상화에 강점이 있다. MS는 라이선스를 쉽게 쓸 수 있어, 고객들에게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3일 국내 고객 행사차 방한한 HP 본사의 밥 마이어 가상화 솔루션 최고담당자의 말이다. 조금은 거룩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조금만 비틀어보면 서버 가상화는 VM웨어와 MS가, 데스크톱 가상화는 시트릭스가 강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가상화 시장은 올해도 대형 이슈다. IT시장의 몇안되는 블루칩중 하나로 꼽힌다. 밥 마이어 최고담당자도 지난해 세계 경제 위기속에서도 IT관리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가상화로 눈을 돌렸고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가상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가상화는 IT업계 성장엔진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HP 가상화 전략은 유닉스와 x86서버 그리고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서버의 경우 유닉스는 독자적인 가상화 기술을, x86 시스템은 VM웨어, MS, 시트릭스와의 협력으로 해결한다.

x86서버 가상화는 유닉스를 파고들어야 성장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HP 내부적으로 가상화를 놓고 미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x86서버 가상화를 키우려면 유닉스 시장이 잠식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이어 최고담당자는 유닉스와 x86가상화 모두 잘하고 있고 충돌은 없다면서 HP 가상화 전략은 플랫폼을 따지는게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궁금해진다. VM웨어와 관련해서다. VM웨어를 소유한 EMC는 최근 시스코시스템즈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서버 가상화를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다. HP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HP와 VM웨어의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VM웨어가 다른 업체들보다는 EMC나 시스코를 많이 밀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돌아가는 정황은 이런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밥 마이어 최고당당자는 HP와 VM웨어는 상호보완적이며 앞으로도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면서 협력에 균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시스코에 대해서는 직격탄을 날렸다. 시스코의 데이터센터 전략은 종속적이라는 것이다. 고객들이 한번 쓰면 시스코 플랫폼에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HP는 최근 차세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공략을 위해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발표했다.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는 물론 관리 솔루션까지 모두 HP 기술로 제공하는게 골자. 이를 감안하면 시스코를 향해 폐쇄적이라고 비판하는 밥 마이어 최고담당자의 발언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폐쇄적이기는 HP도 마찬가지 아닐까?

밥 마이어 최고담당자의 대답은 아니란다. HP는 시스코든 델이든 다른 회사 플랫폼을 통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그는 모든 고객들이 전부 HP 플랫폼을 쓰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은 공급 업체가 어디든지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합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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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 환경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운영체제(OS)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가상화로 인해 OS의 역할과 개념이 바뀌고 있다. 밥 마이어 최고담당자는 예전에는 하나의 서버에 하나의 OS를 일대일로 생각했는데, 가상화 확산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OS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버를 얼마나 잘 쓸 수 있느냐를 넘어, 자원을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이어 최고 담당자는 데스크톱 가상화 시장에 대해서도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데스크톱 가상화는 많이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경기가 풀리고 있고 윈도7까지 나온 만큼,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