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T, 업무부하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입력 :2009/12/18 13:24

최영석

업무부하특성(workload characteristic)이라는 용어는 국내의 IT업계에서 그렇게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한 표준을 따르고 있는 IT조직에서는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IT를 제공하기위해서는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업무부하특성을 빗대어 이해하려면, 제과점주인의 입장에 서 보면 된다.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빵 중에 케익과 고로케는 하루 중 언제 가장 많이 팔리는 지, 월화수목금토일의 일주일 주기에서는 언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지, 또는 공휴일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다.

IT의 업무부하특성은 IT사용량이 어떤 사용자에 의해, 하루, 일주일, 월간 또는 년간 어느 시점에 늘어나는지 또는 줄어드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하는 것은 업무부하특성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제과점 주인은 특정 시점에 케익과 고로케가 많이 팔리는 경우, 그 원인까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과점 주인은 기존의 업무부하특성을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업무부하특성까지를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일부 IT조직들은 IT시스템별 업무부하특성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이해한다손치더라도, 단순히 장비의 용량관점에서만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업무부하특성과 ‘사용자 불만’과의 관계

개별 IT시스템의 업무부하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IT사용자의 불만을 초래하게 된다.

IT조직의 다양한 IT시스템들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IT시스템별로 다양한 업무부하특성을 보인다. 영업을 지원하는 IT시스템은 영업사원의 실적 마감과 연관되어 있고, 생산을 지원하는 IT시스템은 생산물량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만약 업무부하특성상 ‘붐비’는 시간대에 IT조직이 일시적인 중단이 포함되거나 또는 IT시스템의 메뉴가 바뀌게 되는(즉, 사용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변경작업을 시행하게 되면, 이것은 곧바로 사용자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떤 멍청한 IT조직이 그러겠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해당 IT시스템을 꿰차고 있는 IT담당자가 ‘모든’ IT시스템 변경에 관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IT조직 내부의 현실을 이해한다면 그 개연성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업무부하특성과 ‘변경’의 상관관계

업무부하특성은 IT조직내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변경의 ‘시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변경을 평가하고 구현하는 책임이 있는 IT직원은 변경을 ‘언제’ 수행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변경이 일어나는 IT시스템의 업무부하특성이다.

개별 IT시스템의 업무부하특성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IT직원은 정리된 업무부하특성을 기반으로 변경 수행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업무부하특성이 정리되어 있지 못한 경우는, IT직원의 ‘경험’에 의존해서 변경 수행시기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경험이 없고, 변경 수행시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두가지 악재를 갖춘 IT직원이 변경을 주관하게 되는 경우, 어떤 해프닝이 벌어질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업무부하특성과 ‘IT 내부 조직’의 문제

국내 IT조직은 대부분 개발과 인프라운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처럼 양분된 IT조직구조는 사용자와의 접촉이 한 쪽에서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개발조직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접촉이 일어나지만, 인프라운영조직의 경우는 사용자 접촉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조직이 그간의 사용자접촉을 통해 이해하고 있는 업무부하특성은, 양분화된 IT조직구조상 인프라운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조직에서는 이러한 업무부하특성이 인프라운영조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있지 못하며, 인프라운영쪽에서는 단순히 CPU나 메모리의 용량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뿐이다.

업무부하특성, 결국 사용자의 이해

최근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이해당사자(stakeholder)를 파악하고, 이해당사자의 이해(interest)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IT조직이 받아들인다면, IT조직의 주요 이해당사자의 하나인 IT사용자의 이해를 어떻게 파악하고 보호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

막연하게 IT사용자를 ‘한 덩어리’로 놓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개별 사용자들이 왜, 어떤 동기로, 또 어떤 패턴으로 IT조직이 제공하는 IT시스템을 사용하는 지를 IT사용자 입장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이해당사자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무부하특성은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밖에 없다.

IT조직의 현실을 놓고 봤을 때, 위와 같은 분석활동을 따로 떼어내서 수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활동은 IT시스템을 신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 단계에서, 예측에 기반해 수행한 후, 일정기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업데이트하는 방법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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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를 ‘리딩’해야만 한다는 IT조직의 비전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IT의 ‘리딩’은 사용자를 모르고서는 절대 달성될 수 없는 목표다. 사용자의 업무부하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IT조직이 사용자를 ‘이해’하고 있다는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증빙이다.

업무부하특성조차 모르면서, IT조직이 비즈니스를 ‘리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스개 소리지만, 김포공항에 배가 들어올 확률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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