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9년이 끝자락에 들어섰다. 산업전반에 경기침체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게임업계는 ‘고공행진’, ‘수출효자’ 등의 수식어를 달며 부러움을 샀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어느 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봇물을 이뤘고, 성공작과 실패작은 극명하게 나눠졌다.
이 과정에서 대표들의 행보는 바빠졌고, 적잖은 파장으로 이어지는 말들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게임업계서 화제가 된 대표들의 주요 어록을 정리했다.
“기업은 고객들 앞에 벌거벗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10월 세계지식포럼에서 이 같은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발달에 따라 고객들의 정보 전달력이 빨라지면서 더 중요해진 기업의 정직성을 강조한 말이다.
소셜네트워크를 두려워하는 기업가들도 있지만 김 대표는 나름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북미에서 아이온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트위터의 적극 활용이다. 아이온 이용자 중 5만여명이 트위터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현재의 아이온 서버 상황, 아이템 관리 전략 등을 서로 나누는 이 공간에서 김 대표도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제 엔씨소프트의 해외 전략에 있어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는 중요한 작전지로 부상했다.
“이제는 글로벌 게임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서민 넥슨 대표-
‘어록’이라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넥슨의 새 전기를 예고했다.
서민 대표는 지난 4일 ‘시메트릭스페이스’와 ‘코퍼슨스’ 두 업체 인수를 발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했다. 업계는 서 대표가 일본서 NHN에 맞설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넥슨은 일본서 웹보드 게임 사업 강화 필요성을 느꼈지만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현지 시장 1~2위를 다투는 NHN의 위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에 웹보드 게임 업체 ‘코퍼슨스’를 인수하며, 일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코퍼슨스는 국내서 웹게임 포털 ‘코게임’을 내세워 회원 200만명 이상을 확보한 업체다.
이날 서 대표는 스스로 게임 개발 본부장을 겸임한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자제 개발력과 본사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식 체계를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네시삼십삼분’에 투자를 결정했다” -서수길 위메이드 대표-
‘네시삼십삼분’이라는 업체를 아는 이라면 꽤나 놀랐을 발언이었다.
'네시삼십삼분'은 권준모 전 넥슨 대표가 창업한 모바일 게임업체다. 서수길 대표는 여기에 40억원을 투자, 지분율 약 35%로 2대 주주가 됐다. 이른바 ‘서수길+권준모’ 게임 연합이 탄생한 것.
이에 따라 서 대표는 모바일 게임 역량을 강화하게 됐고, 권 대표는 신생 회사를 키울 자금을 얻었다.
서수길 대표는 “이번 투자로 인해 위메이드 사업을 다각화 할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 모바일과 온라인 시장을 함께 공략하겠다 ”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이 이달 초 나왔다는 것도 눈에 띈다. 오는 18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위메이드에게 민감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홍보실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깜짝 발언이었다고 한다.
“나라면 우리 주식 산다. 이미 가진 돈 털어서 샀다”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
지난달 게임축제 지스타에서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가 기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그만큼 한빛소프트의 부활을 확신한다는 뜻이다.
한빛소프트 주주들을 1년 넘게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7년 1만7천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 3천원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 경영난 가운데 T3엔터테인먼트가 인수했지만 아직 과거의 영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희망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평이 나왔다.
한빛소프트는 지스타에서 신작 7종을 공개하는 물량공세를 폈다. 작품마다 완성도를 갖췄고, 성공을 확신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주가 상승을 이끌 에이스들로 지목했다.
김 대표는 “한빛소프트 때문에 고통 받은 주주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재미없는 게임은 내놓지 않겠다는 노력으로 주가를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KTH는 게임 기업이다” -서정수 KTH 대표-
조직개편 직후인 지난 6월 초, 서정수 KTH 대표가 게임사업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 3월 취임 후 기자들과 가진 첫 공식 석상이었다.
서 대표는 “조직 개편은 게임사업 키우기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다”며 “게임은 KTH의 새로운 정체성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KTH가 대부분의 역량을 게임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포털 ‘파란’보다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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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과 게임의 향후 전략적 비중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서 대표가 올해 KTH 게임사업을 적잖이 키운 것은 사실.
‘어나더데이’와 ‘적벽’, ‘카로스온라인’, ‘와인드업’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