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2년만에 다시 증시기업공개(IPO)열풍 속에 휩싸이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은 실리콘밸리의 인터넷과 그린에너지 부문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앞다퉈 추진되는 나스닥상장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 최근 다시 불기 시작한 IPO열풍에 대해 소개하면서 투자자들도 기술주에 대해 지난 90년대 이래 볼 수 없었던 전례없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셜네트워킹회사 페이스북과 다른 인터넷 관련 회사, 그리고 그린테크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내년도 실리콘밸리 기술회사들의 상장규모는 80~90년대의 연평균 400사에는 못미치지만 160개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해의 50개 전후에 그친 상장과 비교할 때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하게 하는 수치다.
물론 일부 경험많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로 눈을 맞추고 있는 회사들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며 그대신 보다큰 회사에 합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기술주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회생의 희망은 올 봄 상위거대,고수익회사들이 성장과 함께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되돌아오며 시작됐다.
이들 기술회사는 IPO 침체기를 맞아 옆으로 물러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었다.
실리콘밸리의 VC인 CMEA캐피털의 페이절 소헤일 파트너는 “그동안 은인자중하며 실력을 키워온 매출을 모두 합하면 수십억달어에 달하는 약 100여개 회사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미증권거래소(SEC)에 상장을 신청한 회사의 수는 31개사로 지난해 국제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최근 수개월새 가장 부각된 인터넷회사는 아마존에 8억5천만달러에 매각된 온라인 유통소매상인 재포스(Zappos), 그리고 구글에 7억5천만달러에 매각된 애드몹(AdMob)이다.
기술분야 전문 사모펀드회사인 리버우드캐피털의 크리스 밸레러스 창업자는 “재포스는 아마도 내년에 최대 상장(IPO) 성공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내 최악의 IPO 침체늪 벗어나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기술주의 마케팅기계가 다시 힘찬 재가동을 시작했다”로 요약된다.
최근의 분위기는 지난 30년 내 최악의 IPO 부진을 해소하며 새로운 회사와 젊은 기술회사들을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투자은행의 WR 햄브레히트 투자운영이사는 “IPO는 지난 해 초부터 하강하기 시작해 80~90년대의 연평균 400개 회사의 상장에 비교도 안되는 50개에 못미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IPO는 미국기업들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최대의 수익을 보장하는 기회가 되어왔지만 기술주들의 상장 부진으로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VC위기까지 얘기되어 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기술혁신 엔진을 돌게 하는 VC들에게 이제 최악의 시절은 간 것 같다. 이제 실리콘밸리는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투자받은 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신생벤처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첨단 기술주에 관심을 보였던 사모펀드회사들도 그들의 투자회사를 상장에 앞서 최대한 치장하기 위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금융학교수는 올해 미국기업의 IPO는 80~80년대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4~2007년의 연평균 상장수 160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비록 신청한 업체 모두가 상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장의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도 시장회복의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여진다.
그는 “월스트리트는 더 이상 중소회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주 증시인 나스닥 지수도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 4월보다 73포인트나 오르는 반등세를 기록하며 기술회사의 IPO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투자자는 “기술주의 회복이 금융시장의 회복보다 빠르게 다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그린테크,반도체 등 투자분위기 살려
최근의 두가지 사례는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킴으로써 다른 기술주들이 상장하는 경쟁을 촉발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즉, 2005년 주식매집의 대상이 됐던 반도체 회사 아바고가 지난 8월 6억5천만달러를 투자받은 것, 그리고 지난 9월 적자만 쌓아가던 첨단 배터리회사 A123시스템즈가 3억8천만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이 그 대표적 예다.
만일 이런 초기의 징후가 굳어진다면 상장을 못할 회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IPO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들은 최악의 시절에 상장한 MS,오라클,어도비 같은 회사와의 비교대상이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마케팅 활기는 주로 인터넷과 그린테크 두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000년 이래 시작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광고 붐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는 2004년 구글을 제외한 인터넷 회사의 IPO는 여전히 미온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 회사인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의 경우는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 희망리스트에 올라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이들의 투자제안을 물리치기 바쁘다.
관련기사
- 실리콘밸리 '통신·모바일 분야 신성장동력' 밝혀졌다2009.12.07
- 美 실리콘밸리 최고 연봉 CEO「제럴드 수」내한 강연2009.12.07
- ‘AI 컨트롤타워’ 과기정통부, 부총리급 격상 논의2025.07.16
- 배달앱 수수료 탓하는 프랜차이즈...가맹점 상생에는 '뒷짐'2025.07.16
이들은 이미 이익을 내고 있는데다 긴급하게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최근 실리콘밸리의 상장 열풍속에서도 한걸음 물러나서 오히려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재생에너지 회사들이 확실하게 상장된다는 전망도 없는 가운데 줄을 서서 IPO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