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회사’…프랑스텔 25명 자살

일반입력 :2009/10/16 18:00    수정: 2009/10/16 19:13

김태정 기자

‘구조조정 당하느니 죽겠다?’

프랑스텔레콤 직원이 또 자살했다. 1년도 못돼 한 회사서 직원 25명이 자살한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16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텔레콤 한 직원이 15일 브루타뉴 지역 자택에서 자살했다.

48세의 이 직원은 통신기기 엔지니어로 한달 전 쯤 회사 주치의 권고에 따라 병가를 낸 뒤 쉬고 있는 중이었다.

이로써 이 회사서는 지난해 9월 이후 총 25명의 직원이 자살했다. 이중 지난달 24번째로 자살한 직원을 비롯한 일부는 “회사 근무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을 수 없다”는 유언을 남겼다.

프랑스텔레콤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안정적인 평생직장으로 여겨지던 프랑스 국영 회사였다. 하지만 2004년 민영화 작업이 시작된 후 최근까지 총 4만여명이 해고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칼바람에서 살아남은 직원들도 절반 가까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보직으로 옮겨야 했다. 특히 사무직에서 콜센터나 현장 영업으로 옮긴 직원들의 불만이 컸다.

이에 따라 디디에 롱바르 프랑스텔레콤 회장은 올 초 무료 핫라인 설치와 심리 상담사 200명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자살이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프랑스텔레콤 노조 측은 “23번째 자살 이후 회장이 근무 환경 개선을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롱바르 회장은 24번째 자살 이후 지난 5일 루이 피에르 웨네스 부사장을 해임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부하 임원을 방패삼아 본인 책임을 피하려한다는 비판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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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들만 롱바르 회장의 해임을 원치 않는다며 옹호하는 중이다.

AFP는 “프랑스텔레콤이 조기 실업자는 물론, 자살자까지 양성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앞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