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블로그 "트위터는 내친구"

일반입력 :2009/08/26 09:00

김태정 기자

트위터가 국내 인터넷 시장을 삼켜가고 있다. 이 미국산 미니블로그는 반년 만에 월 방문자 60만명을 모으며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이 같은 트위터 열기는 국내 블로그 업계에 불안으로 다가왔다. 이제 트위터에 밀려 소셜네트워크 역사의 뒷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설도 나왔다. 트위터에는 ‘블로그 킬러’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블로그 투자 늘고, 방문자 줄고

실제로 트위터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네이버와 다음, 파란, 싸이월드 등의 블로그는 주춤거리고 있다.

랭키닷컴 조사에서 네이버 블로그 방문자는 지난 1월 2천224만명에서 지난달 2천229만명으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5월에는 2천100만명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다음 블로그는 월 방문자가 164만명에서 143만명으로 줄어들었고, 파란과 싸이월드 진영도 상황이 비슷하다.

물론, 이 방문자 수치는 트위터에 비해 훨씬 거대한 규모다. 하지만 포털이 가진 높은 대중성과 검색 노출의 이점, 그동안 투자한 마케팅까지 생각하면 부진이 쓰라리다. 특히 올해는 포털들이 각종 광고 모델을 개발하는 등 어느 해 보다 블로그 재건에 애를 써왔기에 더 그렇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트위터 파워가 단순 방문자 수보다 훨씬 크다는 것. 정치인과 연예인 등 각종 유명 인사들이 앞 다퉈 몰린 트위터는 빠른 메시지 전달을 내세워 뉴 미디어 권력의 중심축으로 올라섰다.

■싸이월드․파란, 트위터와 연동

이제 국내 블로그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 트위터와 정면 대결 혹은 공생이라는 갈림이다.

이런 가운데 트위터와 ‘절친’을 선언한 블로그들이 등장,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싸이월드와 파란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4일과 25일 연이어 트위터와의 연동을 발표했다.

이들의 전략은 간단하다. 블로그에서 트위터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어차피 트위터로 가는 발걸음은 막지 못하겠으니, 동맹을 맺고 커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싸이월드는 블로그에 등록하는 댓글이 트위터에도 동시에 뜨도록 설정했다. 싸이월드만 하면서도 트위터에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파란은 반대로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자기네 블로그서 관리 할 수 있게 했다. 파란 블로그만 접속해도 상대방 트위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에 보인다.

SK컴즈 신청설 블로그팀장은 “트위터와 연동을 통해 블로그 사용자들이 보다 폭 넓은 커뮤니티를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블로그+트위터, 대세인가?

네이버나 다음 등 다른 포털 블로그들의 행보도 관심사다. 아직은 이렇다 할 입장은 없지만 트위터와의 연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위터는 API(응용프로그램환경)를 공개, 다른 사이트에서 글을 연동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마음만 먹으면 별도 제휴 없이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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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경우 자체 미니블로그 ‘미투데이’를 밀고 있지만 다른 움직임도 가늠할 수 있다. 적어도 트위터와 대립각을 세울 뜻은 없어 보인다. 일본서는 검색과 트위터 연동을 검토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터가 만들고 있는 온라인 문명은 블로그 입장에서도 뿌리치기 힘든 ‘영입대상’이 됐다”며 “트위터와 블로그를 오가는 서비스들의 정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