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제조사인 디지털큐브(대표 김태섭 채종원)가 PMP겸 내비게이션의 전자지도 업데이트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반년간 업데이트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발단은 이 회사가 일찌감치 제품에 채용한 PMI의 전자지도 ‘쿠로맵(Curro Map)’이다.

디지털큐브는 내비 두 제품 모두에 쿠로맵 개발사인 PMI의 제품을 써왔다. 하지만 PMI가 나브텍에 인수되면서 쿠로맵 소프트웨어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나브텍이 국내에서 맵 데이터 제작을 하지 않겠다는 경영방침을 내세웠기 때문.
이로 인해 삼성을 비롯 KT, SK C&C, 디지털큐브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중 가장 큰 궁지에 몰린 업체는 디지털큐브다.
삼성전자 Q1의 경우 운영체제(OS)가 윈도 기반이라 시터스의 전자지도로 교체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으나 나머지 업체의 경우 리눅스 기반으로 사실상 나브텍이 제공하는 솔루션이 아니면 호환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디지털큐브의 두 모델은 PMP시장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대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업체 관계자는 진단했다.
디지털큐브 한 관계자는 “나브텍에 원도만이라도 넘겨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나브텍에선 일체의 거동도 없는 상태”라며 “소비자들에게 항의를 받으면서도 마땅한 대처방안이 없어 난처한 입장”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지난 15일 나브텍에서 맵 업데이트 자료를 넘겨받기로 했으나 바로 전날인 14일 저녁에 넘겨주는 바람에 업데이트 지연 및 사과공지를 게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디지털큐브에 따르면 맵 업데이트 소스는 최소 일주일 전에 넘겨받아 안전성을 검증해야만 사용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으며, 나브텍에서 제공한 맵 자료는 배경화면이 깨지는 등 호환성 문제가 거론돼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같은 두 업체의 갈등으로 속 터지는 쪽은 소비자다.
T43 내비를 지난 2007년부터 사용중인 이석호씨는 “평생무료업데이트를 내세웠던 제품이 올해 1월 5일부터 업데이트가 끊어진 후, 지금까지 두 차례(6월말, 7월 15일)나 지연됐으며 이달 25일에 업데이트가 될 것이란 믿을 수 없는 약속만 번복하고 있다”며 “휴가철을 맞아 거의 반년 가까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믿고 가족들과 피서를 떠나기가 불안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쿠로맵 관련 사용자들의 보상 대책 모임(café.daum.net/nocurro) 온라인 카페엔 디지털큐브를 맹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으며, 회원수는 4천명을 넘어섰다.
디지털큐브는 온라인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V43과 T43 내비 맵 업데이트 데이터 최종 검증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발생, 불가피하게 업데이트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며 소비자들을 다독여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입장이다.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작년 말 일방적으로 중단된 나브텍코리아의 맵 업데이트에 고객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지난 4월 전자지도 소프트웨어(SW) 전문회사와 꾸로맵 데이터 변환 및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 업데이트를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과정 중에 나브텍에서 제공받은 최신 버전 윈도에서 일부 배경데이터 손실이 확인됐다고 공지했다.
디지털큐브는 안전성을 검증한 후 적어도 25일엔 업데이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아이스테이션 게시판에 덧붙였다.
이에 관해 카페 회원인 박준경씨는 “전라도로 출장 가는 길에 신규 도로 업데이트가 안된 상태로 운행하다 고객약속 시간에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해 당혹스러웠다”며 “만일 서전주IC를 연결하는 통로가 지도에 업데이트 됐다면 가까운 거리를 두고 멀리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카페 운영자인 김영환씨는 “오는 25일에 맵 업데이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디지털큐브를 상대로 준비된 서명과 집단 분쟁 및 소비자 보호원 제소 등으로 맞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면초가에 놓인 디지털큐브는 “현 상황을 볼 때 당장 25일에 맵 업데이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지 걱정된다”며 “회사에서 이 때문에 대책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로썬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런 피해사례를 제공한 당사인 나브텍코리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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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브텍코리아 관계자는 “디지털큐브와 서비스 계약 관계는 나브텍 싱가폴의 헤드헌터를 통해야만 확인해 줄 수 있는 문제”라며 답변이 올 때까지 몇 일이 걸릴지 모른다며 일방적인 서비스 중단 건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쿠로맵을 탑재한 7종의 내비게이션과 PDA 제품은 업데이트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로 반년 동안 업데이트를 받지 못한 쿠로맵 단말기 사용자는 약 3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