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신바시역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모노레일[유리카모메]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다이바역을 지나자마자 공원 건너편에 한국에서도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낯익은 로봇[건담]의 웅장한 자태를 볼 수 있다. 완공 된지는 한참 되었지만 공개되지 않아 모노레일 안에서만 감상하다가 마침 오늘(7월10일) 저녁 7시30분부터 오픈 세레모니가 있다고 하여 조금 떨어진 빅사이트에서 이동하여 6시30분부터 대기하며 기다렸다.
잠깐 Green Tokyo[건담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동경 공원협회가 주최가 되어 시민, 기업, 정부가 함께 ‘풍요로운 자연을 조성하여 매력 넘치는 도시를 조성’하자는 취지이며 이를 통해 도쿄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리고 2016년 도쿄 올림픽 유치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도심에 풍요로운 자연을 조성하여 오다이바 전체의 활성화 및 각종 문화발전을 꾀하는 다양한 포석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로봇 하나로 전세계의 수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슈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어쩌다 북한에서 동해에다 미사일을 발사해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다이바에는 건담 외에도 뉴욕 맨하탄의 자유의 여신상을 본뜻 동상도 있으며 멀리 레인보우 브릿지도 감상할 수 있다. 또 역 주변에는 웅장한 건물들도 있어 볼 것이 많다. 오다이바의 모든 역들이 특색을 갖고 있으며 각 역마다 독특한 건물이나 놀이 시설이 있어 심심한 역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으며 방송국에서도 취재열기가 대단했다. 일본인이 가장 많았으나 미국, 중국, 한국, 홍콩, 영국 등 전세계의 마니아들이 다 모인 것 같았고 아이를 함께 데리고 나온 부부의 모습도 여기저기에 보였다. 어림잡아 2~3천명은 되어 보였다.
자, 이제부터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공개되는 건담을 감상해 보자. 백마디 말보다 실제 사진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동상의 주인공은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RX-78 건담]을 재현한 것이며 높이 18M이다. 약 50개의 주요 위치에 조명이 내장되어 있으며 가슴, 발목, 등, 어깨 등 총 14곳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국과 같이 장마철이지만 다행이 날씨는 좋았고 저녁노을 또한 인상적이었다. ‘저게 정말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혹시, 가슴쪽 덮개가 열리며 연예인이라도 나오지는 않을까? 기자들을 불러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그냥 18M높이에 1/1크기의 로봇을 보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점점 꿈 같은 기대를 하기 시작하게 된다.
건담 바로 뒤에 있는 강처럼 보이는 것은 맨하탄처럼 오다이바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이다. 멀리 도쿄타워도 보이는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건담 동상이 세워진 주위의 경치이다. 평소 SLR카메라가 무겁다는 이유로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웬만한 촬영을 소화하고 있는데 오늘처럼 장비를 안 챙겨가서 후회한 적도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위 이미지는 필자의 똑딱이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은 이미지이다.
드디어 7시 30분이 되었다. 한국처럼 얼굴 내밀기 좋아하는 몇몇 관계자들의 Green Tokyo[건담 프로젝트]에 대한 인사말이 지나고 본격적인 세레모니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효과와 레이저불빛으로 건담의 웅장하고 중후한 맛을 한껏 뽐내고 있다. 역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불빛들이 건담의 본체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붉은 빛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참 레이저 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 갑자기 “와!”하는 함성이 들린다. 드디어 첫 이벤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담의 목이 좌우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빛이 더욱 밝아졌다.
주위를 두세 번 돌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고 먼 미래를 바라보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져 갔다. 필자도 ‘자, 이제 걷지나 날지는 못해도 팔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여 최고라고 손을 들어 주겠지…’
한참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지만 여전히 고개만 쳐든 채 미래를 보는지, 이제 보여줄게 없어서 궁상 떨고 있는지 모를 포즈만 취하고 있다. 여전히 레이저 조명은 현란하게 건담을 비추고 있다. 결국 그게 다였다. 내일이 본격적인 오픈 일이라 색다른 이벤트가 숨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벤트는 모두 끝난 것이다.
비록 머리를 조금 움직이는 작은 이벤트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18M에 1/1(아파트 9층 정도의 높이)이라는 거대한 크기도 크기지만 실제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할법한 세심한 디테일에 화려한 불빛,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볼수록 자꾸 빠져들며 정말 걸어갈 것 같고 UFO가 나타나면 긴 검을 뽑아 단칼에 베어버릴 것 같다.
이제 일본의 어린이들, 심지어는 어른들까지도 상상의 날개를 더욱 강하게 펼칠 것 같다. 이제까지는 높은 산의 봉우리가 갈라지거나 건물이 벌어지면서 마징가Z나 건담을 타고 날아가는 실체가 없는 상상을 했다면 이제는 상상의 실체를 눈앞에 두고 더욱 생생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었으며 많은 어린이들은 2016년이면 저 건담이 실제 로봇이 될 수도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람은 궁극적으로 바라는 2016년의 올림픽 유치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Green Tokyo[건담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도 상당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수 많은 사람들을 동경 오다이바로 불러들일 것이며 해외의 수 많은 관광객들도 불러 모을 것이다. 우리의 태권V(마징가Z의 아류라고들 하지만 나름 재창조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는 저렇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또 만들어 진다면 국내외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건담의 출현이다.
*오다이바의 건담을 보기 위해서는 한낮보다는 오후 6~7시 사이게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직태양이 있어 생생한 실체를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멋진 노을도 볼 수 있을 것이며 해가지면 화려한 조명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