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대박 방정식 ‘30+2’.
이는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2주간 지속되면 에어컨이 날개 돋힌듯 팔린다는 유통업자들 사이에 정설이다. 어제(2일)처럼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린 날엔 당연히 에어컨 판매업자들의 인상이 구겨질 수 밖에 없다.
냉방가전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7월을 맞았다.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신세계 ‘E마트’를 시작으로 1일 경기 부천 소재의 ‘홈플러스’, TV홈쇼핑인 ‘GS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인 ‘인터파크’ 등 구매자가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판매망을 총망라해 발품과 손품을 팔며 에어컨 구매를 직접 경험해봤다.
■‘김연아 효과’ 씽씽
대형할인점 E마트(부산 해운대점)의 에어컨 전시코너, 선택의 폭은 좁고 좁았다. 김연아(삼성의 하우젠)와 한예슬(LG전자 휘센)의 사진이 도배되듯 붙은 에어컨 두 업체가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삼성의 최근 인기품목인 스탠드형 1대와 벽걸이형 1대로 구성된 투인원(2in1) 제품이 전시장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있던 반면 LG전자의 코너는 구석진 자리였다. 경기도 부천의 E마트만 해도 두 업체의 제품을 나란히 전시돼, 지역별 유통업자의 입김이 각기 다름을 넘겨짚어볼 수 있었다.
취재를 돕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장려금 명목의 인센티브 제도를 규제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게 지속돼 오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고 귀띔했다.
“아시죠. “씽씽 불어라” 그 노래, 오시는 분들 죄다 ‘김연아 에어컨’을 많이 찾아요” 판매원이 다가와 구매를 재촉하는 말 한마디를 은근슬쩍 던졌다.
스타마케팅에 성과다. ‘겹치기 광고출연’으로 인해 브랜드 컨설팅 업체로부터 광고효과를 누릴 수 없는 모델로 조사된 바 있던 피겨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의 광고가 본격적인 에어컨 구매시즌을 맞아 보란 듯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삼성에 따르면 하우젠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월평균 3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에어컨 전체 판매량 중 김연아 스페셜 에디션은 55% 넘는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마트 에어컨의 경우 지난해 대비 매출이 143%나 늘었다고 한다. 주말 가족나들이 코스로 빼놓을 수 없는 대형할인점의 도심 접근성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다는 오프라인 매장의 이점을 200% 발휘해서다.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최고가 400만원대 에어컨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부분 저가제품의 출고 빈도가 높다면, 반대로 대형할인점에선 고가 프리미엄 제품 판매도 곧잘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현장판매원은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은 아무래도 좀더 싼 40만원대 벽걸이형이죠. 100만원대 스탠드부터 400만원대까지 전시해 뒀지만 그냥 그림 보듯 만져만 보다가 가요”라고 말했다.
투인원 제품을 구입하면 벽걸이 에어컨을 50%까지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내걸어도 경기불황 지속, 전기세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선뜻 구입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똑똑해진 요즘 에어컨
에어컨은 디자인과 기능별로 가격의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올해 각광 받고 있는 에어컨의 신기능은 총 3가지다.
LG전자 휘센 에어컨은 ‘인체 감지 로봇’을 통해서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 위치를 파악, 차가운 바람을 사람과 숫자 거리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 뿜어낸다.
삼성의 에어컨은 적외선 센서를 채용한 ‘쿨 아이(Cool Eye)’를 통해 방안을 6개 구역으로 나눈 뒤 2미터(m) 내 구역에 더운 기운이 감지되면 강풍을 내보낸다. 2m 보다 멀리 있을 경우엔 강력한 터보 냉방이 가동된다.
숙면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는 수면장애 치료원인 서울수면센터와 연구를 함께 진행해 에어컨에 숙면 기능을 넣었다. 이 기능은 수면 상태와 체온 변화에 맞춰 숙면에 최적 온도를 유지해 준다. 이에 맞설 삼성의 ‘열대야 쾌면’ 기능은 지난 2006년부터 적용된 것으로 수면 전과 후, 기상의 3단계로 나눠 온도와 습도를 쾌적한 상태로 맞춘다.
■투인원 “냉방효과 떨어진다”
실외기 하나로 제품 두 개를 연결해 쓸 수 있는 투인원 제품의 적정 판매가는 120만원대. 한 대 값으로 에어컨 두 대를 마련할 수 있는 가격유혹은 크나 냉방효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편이다.
매장 관계자는 “벽걸이형과 스탠드형 제품을 동시에 가동할 경우 냉방력은 20%~30% 떨어진다”며 “이는 실외기 한 대를 공유하기 때문인데 여기에 벽걸이형을 하나 더 추가시킨 ‘쓰리인원’의 경우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제품을 동시에 가동하는 경우는 가급적 피해야만 냉방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편 매장서 마주친 소비자들 중엔 6평, 8평 등 평수에 따른 에어컨 분류에 따라 내 집에 가장 적당한 제품은 뭘까를 고민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설치기사가 알려준 공식은 아주 간단하다. 만일 16평의 방이면 이에 딱 절반인 8평형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액면가 그대로 믿으면 낭패
40만원대 에어컨, A4용지에 대문짝만하게 박힌 판매금액을 그대로 믿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설치에 따라 10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극히 일부기 때문이다.
용인에 거주한 정옥진씨는 부모님을 위해 제품을 덜컥 구매했다 추가설치 비용문제로 제조사와 시비가 붙은 경우다.
정옥진씨는 “방문설치 기사가 실외기 앵글 설치비로 12만원을 요구했다. 필요 없다고 했더니 워낙 저렴하게 나온 제품이라서 무조건 해야 된다”며 갖가지 이유를 됐다고 한다.
기본설치비가 무료라고 해도 유통업체에 따라 징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특히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한 구매자들이 이런 피해를 종종 봤다.
인터파크 계절가전파트 전홍진 과장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혹 안전구매를 원할 경우 판매자가 인터파크로 명시돼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게 낫다”며 “내부 담당MD가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믿고 쌀만하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에 판매상과 직접 유선통화로 설치비 견적을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제품인줄 알았더니 '2년전 재고'
관계자에 따르면 에어컨은 통상 생산된 2~3년 이내 제품을 끼워서 함께 판다. 에어컨의 수명이 대략 10년에서 15년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된 지 기간이 꽤 지난 재고를 새 제품가격에 구매한다는 것은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작년 모델인지 모르고 구매했다”고 강하게 항의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환불 등의 보상을 일체 받지 못한다. 개봉된 상품, 전시상품도 끼워 파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매장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 제조년월일을 정확하게 명시한 업체들은 극히 드물었다.
때문에 소비자는 관련 모델번호를 기억해 뒀다가 검색사이트나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최근 출시된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사전작업이 수반되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예약판매 실익 없다
지금 에어컨을 신청하면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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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주문이 밀린 탓도 있으나 이전처럼 예약판매의 특별한 매력이 없어진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파크 전홍진 과장은 “미리 정한 목표 수량만 생산하던 이전엔 가격할인의 기회가 있었기에 구매자가 지금처럼 몰리지 않고 분산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설치할 수 있다는 매력 외엔 특별한 혜택이 없다”며 이는 제조사별로 추가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하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