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9일 오후 SW업계 CEO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졌다. SW불법복제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참석한 SW업체 사장들은 SW불법복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SW산업 발전은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저작권 보호 의지를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유 장관은 저작권 문제는 지치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상습적인 것은 확실하게 단속해나갈 것이다. 교육도 끊임없이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지난해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얘기한게 저작권이었다. 콘텐츠, 드라마, 게임은 많이 얘기한 것과 달리 SW는 별로 언급하지 못했는데, 내용에는 다 포함돼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임과 영화 같은 콘텐츠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SW업계의 서운함을 감안한 코멘트였다.
유 장관은 10여전전 KBS 역사스페셜 진행을 맡았을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불법복제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도 강조했다.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CD로 제작하던 서울시스템이란 회사가 있었는데, 개발돼 나왔을대 가격이 600만원이었다. 회사 사장이 그냥 줄 수는 없고 특별히 싸게 해서 400만원에 준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얼마뒤 5만원짜리 해적판이 돌아다니더라.
유인촌 장관은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국가 수준이 한참 아래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장서 정부 기관만큼은 정품 사용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올해까지 문체부를 불법SW 사용률 제로로 만드는 것은 물론 법과 제도, 정품 사용 교육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후 대화는 참석한 SW업체 CEO들이 유 장관에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하는 생각들을 건의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저작권 보호외에 다양한 건의가 쏟아졌다. 대부분 한국SW 시장의 고질병들을 꼬집는 것들이었다. 대형 SI업체들의 횡포, 공공 시장에서의 저가 입찰, 헐값에 제공되는 SW 유지보수 문제 등이 유 장관에게 전달됐다. 정부가 SW구매에 예산을 많지 쓰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식경제부와 문체부간 공조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SW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니라 지식경제부 소관임에도 SW업계는 유 장관에게 이같은 말을 쏟아낸 것이다. 정품 사용도 좋지만 저가 입찰 및 대기업 위주의 시장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SW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말하면서...
SW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불공정한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는게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죽했으면 저작권 보호 업무만 갖고 있는 유 장관에게까지 시시콜콜한 것들을 털어놨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정부 기관에 헐값에 SW를 산다는 것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왜 저가 입찰을 하는 거에요?
첫 대답은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이 맡았다. 정품 사용도 좋지만 상거래 관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게 골자였다.
미국의 경우 SW판매가의 20~30%를 유지보수료로 주는데, 우리나라는 5%밖에 안되요. 미국에선 SW산업이 가장 빨리 현찰을 벌 수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는 항상 빠듯하죠. 물론 하루아침에 해결될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게 안되면 문제를 풀 수가 없어요.
김홍선 대표에 이어 김희천(하우리), 변진석(시만텍코리아) 대표가 바통을 넘겨받아 이렇게 말한다.
조달 단가 및 유지보수료를 인상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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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 장관은 민간은 우리가 어쩔 수 없더라도 공공기관은 기준을 지키도록 해야 하는데 훨씬 낮은 가격으로 하면 오히려 횡포라며 (참석한 저작권정책관에게) 상황이 어느정도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마련한 유 장관과 SW업체간 간담회에는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김영화 이사, 변진석 시만텍코리아 대표,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김영만 SPC 회장, 김수진 한글과 컴퓨터 대표, 김희천 하우리 대표,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김 제임스 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손영돈 소프트뱅크커머스 대표, 한국어도비시스템즈 황성현 이사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