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은 대체로 경험을 통해 변화를 직감할 수 있다. 체감할 수 없는 변화는 진정한 변화일 수 없다. 그저 남의얘기일 뿐이다.
기자는 요즘 미디어 환경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변화가 시작된지는 오래됐는데, 이제와 뒷북치는 것일 수 있겠다. 그래도 변화의 기운을 이제야 체감했기에 기자에겐 변화는 지금부터 그 의미를 갖는다. 변화는 그런 것이다.
마이크로블로그서비스 트위터라고 들어보셨는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140자안에서 글을 올리고 그것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데 요즘 한국에서도 트위터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절대적인 사용자수는 많지 않지만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기자 주변에도 트위터로 뛰어드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백전노장격'의 한 선배도 최근 트위터에 가입해 글을 올린다. 참고로 트위터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
"트위터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재미있다기 보다는 필요한 서비스"라 답하고 싶다. 이유? 쓰면 쓸수록 '미디어로서의 트위터'란 존재감이 느껴져서다.
애플 아이폰3GS가 발표되던 9일 새벽. 관련 내용이 올라오기 먼저 올라온 것은 제도권 언론사가 아니었다. 트위터가 선수를 쳤다.
아이폰3GS가 발표되는 순간부터, 트위터는 아이폰 이슈로 도배됐다. 트위터에서 아이폰이란 검색해보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글들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속도로는 AP나 로이터같은 유력 통신사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였다.
수많은 짧은글들의 결합은 또 하나의 미디어였다. 트위터 회원들이 아이폰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는 쌓이고 쌓여 그럴듯한 스토리가 됐다. 그것도 네버엔딩 스토리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화했다. 아이폰3GS란 대박 콘텐츠는 스토리의 진화 속도에 기름을 부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아이폰을 통해 '물만난 고기'가 됐다.
올라오는 콘텐츠수가 외국보다는 적었지만 아이폰을 둘러싼 열기가 뜨겁기는 국내 트위터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폰이 발표되기전부터, 이번에는 한국에도 출시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루머가 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트위터를 보고 있으면 속도와 깊이를 겸비한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빠르게 올라오는 짧은 글들은 쌓이고 쌓여 점점 깊어진다. 속도와 깊이로 중무장한 미디어? 조금 오버하면 '천하무적'이다.
트위터가 미디어 성격만 갖지는 않을 것이다. 구글에게 트위터는 검색 시장의 경쟁 상대일 수 있다. 트위터에서 각종 이슈에 대한 검색어를 쳐보라. 최신 내용이 와르르 쏟아진다. 트위터가 구글을 대체할 수는 없어도 어느정도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구글이 트위터를 인수할 것이란 루머는 지금도 흘러다닌다.
트위터속에 올라오는 글들은 제도권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 되기도 한다. 기자가 봐도 쓸만한 기사거리가 종종 눈에 띈다. 그럴때면 신기하면서도 솔직히 조금은 두려운 마음도 든다. 트위터 인기가 폭발할 수록 기자가 뛰고 있는 1세대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런지...
이에 대해 지인들은 트위터와 경쟁할 생각은 아예 접으라고 말한다. 공존하라고 주문한다. CNN 등 해외 유력 언론사들은 이미 트위터와의 공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만큼 트위터는 기존 온라인 미디어에 친화적인 서비스라는 것이다.
트위터와의 공존? 독자분들로부터 방법론을 좀 구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