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컴퓨팅 공략, 행동할때가 됐다"

일반입력 :2009/05/14 18:21    수정: 2009/05/15 13:29

황치규 기자

살벌한 경기 침체가 올해 IT시장을 덮쳤다. 업계에선 곳곳에서 곡소리가 울려퍼진다.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불황에 빠졌다'는 한숨소리가 가만히 있어도 들린다. 가격 경쟁도 그칠줄을 모른다. IT시장 날씨는 지금 '비오고 일부에선 흐림'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다들 힘든 시기다.

'맞수' 한국IBM과 서버 시장에서 엎치락 뒤치락 승부를 벌이고 있는 한국HP의 전인호 엔터프라이즈 서버&스토리지 사업부 총괄 전무도 지금까지의 올해 시장 상황에 대해 사상최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13일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유닉스 시스템이 x86서버에 비해 타격이 컸다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투자를 제외하면 신규 프로젝트가 많지 않았다고 쌀쌀한 시장 날씨를 전했다.

그럼에도 전인호 전무는 서버 시장 점유율 레이스에선 한국HP가 다소 선전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유닉스 서버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를 경쟁업체보다 많이 수주한 만큼, 점유율은 다소 올라갈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08년 한국IBM에 내줬던 유닉스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2009년 IT키워드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슈였다. 전인호 전무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먼얘기가 아니라 지금도 기회가 있다면서 올해 가시적인 성과들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말만 쏟아내는 것을 넘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전인호 전무는 뜰것 같으면서도 아직 미완의 대기에 머물러 있는 블레이드 서버 사업을 확대하고 전문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린(Green) 비즈니스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인호 전무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분기 다들 어려웠다고 들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좋지 않았다.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절대치를 보면 썩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와중에도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불황에 상대적으로 강한 분야인 게임 및 포털 업계가 대표적이다. 포털과 게임 업계 일부는 불황에도 투자를 계속했다. 당초 계획돼 있던 프로젝트들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수는 여전히 한정적이다. 그런만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유닉스와 x86서버 사업을 평가한다면.

시장 전체를 보면 유닉스 서버가 불황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금액이 큰 프로젝트는 윗사람들이 결정한다. 지금은 많은 CEO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이다. 시장 사이즈가 줄었다. 그러나 점유율면에서는 HP가 조금 선전한 것 같다. 경쟁 업체들보다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잡았다. 정부통합전산센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에 유닉스 서버 점유율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x86서버는 상대적으로 출혈 경쟁을 자제했다.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썼는데, 그런만큼 점유율은 좀 줄어들 수도 있다. IBM은 반대로 공격적으로 나왔던 것 같다. 이런 결과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을까 싶다.

-x86서버 유통 전략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한국HP는 인텔 네할렘 프로세서 기반 프로라이언트 서버 'G6' 제품군을 24종이나 발표했다. IBM은 4종 뿐이다. 이런 싸움을 할때는 HP 영업맨이나 채널들이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제공하는게 중요하다. 그동안 x86서버는 고객 가치에 맞춰 제안하기보다는 그냥 유통 시장에 던지는 사업이었다. HP는 지금 이걸 바꾸는 중이다.

게임이나 포털 업계를 상대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펙을 우리 공장에서 다 만들어 제공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NHN을 예로 들면, NHN이 원하는 OS와 품질을 우리 공장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유통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든다. 고객과 HP에겐 나쁜일이 아니다.

-기존 채널과의 관계가 약화되지 않겠나.

변화에 따른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HP가 유통 모델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으로 델과의 싸움을 경계하는 것이다. 저가형 서버는 유통 모델에 의존하겠지만 엔터프라이즈는 주문형 제작 모델이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총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과 국내 기업들은 판매 및 구매 프로세스가 달라 이를 조절해줄 유통 업체 역할은 계속 필요하다. 결국 유통 모델 변경은 HP와 델의 강점을 잘 버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화두다. 너무 뜬구름잡는 얘기란 지적도 있는데, 시장에서 실제 수요가 올해 나올 것으로 보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HP는 고객들이 IT인프라를 클라우드 레디(Ready) 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려면 애플리케이션은 모듈화되어 있어야 하고,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도 필요하다. 인프라는 필요할때 공유할 수 있는 쉐어드풀(Shared Pool) 형태로 가야한다. 자동화도 시켜야 한다. 이런 기술은 지금도 제공되는 것들이다. 클라우드 레디 기술은 올해부터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특히 가상화나 자동화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다. 단계별로 비즈니스 성과를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분명한 것은 한국HP는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대형 IT업체들이 대거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얘기하는데, 메시지가 비슷비슷해 보인다. 차별화가 가능한가?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화두는 적게 쓰자는 것이다. 적은 인프라와 전기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업체들마다 하는말은 비슷해보이는데, 실제 수준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데이터센터는 네트워크 가상화, 서버 가상화, 스토리지 가상화를 모두 구현할 수 있어야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이거 다하는 업체가 경쟁력이 있다.

HP는 최근 클라우드 매트릭스를 발표했다. 네트워크,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가 다 들어간 플랫폼이다. 데이터센터를 위해 클라우드 매트릭스만 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고객들은 클라우드 매트릭스를 쓰면서 어떤 기술들을 융합해야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구현할 수 있는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기종간 클라우드 환경 구현이 가능한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있어 네트워크에 기반한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다. 시스코가 왜 서버를 만들었겠나. 차세대 네트워크에선 서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버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그동안 네트워크와 서버는 분라돼 있었지만 이제 통합되는 추세다. 그러니까 시스코가 서버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시스코 입장에선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가상화 시장에서 VM웨어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먼저 나온 기술이다보니 앞서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S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VM웨어는 OS 중립적인 가상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반면 MS는 OS에 끼워서 판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MS는 자사 인프라를 많이 쓰는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픈소스인 젠(Xen)도 게임이나 포털 등 오픈소스SW를 많이 쓰는 기업들에서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가상화 시장에서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스토리지 시장에서 공격모드를 강조했다. 성과는 있었나.

하이엔드 스토리지에선 아직 EMC와 격차가 있다. 그러나 원래부터 미드레인지 시장 위주로 공격적으로 가려했다. 로우엔드 스토리지는 HP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야다. 하이엔드 스토리지는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IPTV 등에서도 미드레인지 수요가 많다. 하이엔드는 많이 쓰지 않는다. EMC도 이 부분을 고민할 것이다.

-하반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환율은 긍정적이다. 규제와 관련한 것들도 하나씩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규제가 풀리면 대형 신규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이런거에 기대를 갖고 있다. 3~5월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는시기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미뤄졌던 투자가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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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선보일 제품이나 주력할 분야는.

G6 제품군에 초점을 맞추겠다. 유닉스쪽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 블레이드 서버도 강화할 것이다. 유닉스와 x86 서버 포함해 블레이드 서버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블레이드 서버는 장점이 많음에도 한국에선 적용률이 떨어진다. 세계 최하 수준이다. 다른 IT기술은 빨리 도입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블레이드만 늦는다. 고객들이 블레이드를 거부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앞으로도 블레이드 서버를 계속 강조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되면 중저가 스토리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