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인수할 오라클과 레드햇은 접근법이 달라"

일반입력 :2009/05/12 14:09

황치규 기자

오라클이 썬 인수를 통해 오픈소스에 대해 보다 헌신하기를 바란다. 솔라리스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들도 추가적으로 풀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오픈소스 생태계 전반에 이익이 될 것이다.

어느 오픈소스 커뮤니티 리더가 한 얘기냐고? 아니다. 오라클의 썬 인수로 민감해진 레드햇 본사 조엘 버먼 필드 마케팅 총괄 수석 디렉터의 말이다.

기대했던(?) 평가절하의 코멘트나 '경쟁 코드'로 바라보는 냄새는 풍기지 않는다. 긴장감도 없어 보인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겉보기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는 좋은일이 될 것이란 표정 뿐이다.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버먼 디렉터는 오라클의 썬 인수가 레드햇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썬 솔라리스 운영체제(OS)를 쓰던 고객들이 레드햇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고, 자사 리눅스 기반으로 오라클DB를 쓰는 기업들도 많은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버먼 디렉터는 오라클과 레드햇은 접근 방식이 다른 것 같다는 것도 강조했다. 오라클에 비해 레드햇은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라클은 썬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와 미들웨어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공하겠다고 들었다. 레드햇 시각은 고객들의 선택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스펙을 구성해 강제로 제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고객이 원하는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들어보니 버먼 디렉터는 애플 아이폰처럼 하드웨어와 SW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이른바 오라클판 시스템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 듯 하다. 그는 레드햇은 제이보스 미들웨어와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제공하지만 제이보스는 윈도 환경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고객 선택'을 거듭 강조했다.

레드햇은 최근들어 가상화 전략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시트릭스, 오라클 등 여러 업체가 기반 기술로 쓰는 젠(XEN) 대신 독자적인 오픈소스 가상화 기술 KVM(Kernel Virtual Machine)을 전진배치시켰다. 2014년까지 젠을 지원하겠지만 무게중심은 KVM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버먼 디렉터는 젠은 그동안 혁신의 속도가 느린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인텔이 칩 사양을 만들고 IBM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하드웨어에 추가할 경우 젠 환경에서는 리눅스 커널을 바꾸고 젠 SW도 손을 봐야 하지만 KVM은 변경 내용이 리눅스에 자동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들에게 혁신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먼 디렉터는 젠에서 KVM으로 옮겨가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법이라며 오픈소스 기술로 가상화 시장에서 혁신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레드햇은 서브스크립션 기반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은 케이블TV 가입이나 신문 구독처럼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요금을 지불하며, 계약 기간 동안 출시되는 최신 버전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받을 수 있어 유지 관리 및 신규 제품 구매에 대한 비용 부담을 없앤게 특징이다.

한번 고객을 확보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장사의 매력. 고객이 쌓이면 쌓일 수록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때문에 대다수 오픈소스SW 업체들이 서브스크립션을 수익 모델로 내걸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외국에 비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서브스크립션 고객중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재계약을 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먼 디렉터에게 미국의 재계약률은 어느정도 되는지 물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듣지 못했다. 그는 서브스크립션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갱신과 신규 고객을 구분해 말해줄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많은 고객들이 갱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선에서 언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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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먼 디렉터가 서브스크립션과 관련해 강조한 것은 '고정관념의 파괴'였다. 그는 서브스립션은 단순히 고장났을때 고쳐주기 위해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 발생에 앞서 기능이나 인증, 문서 등을 제공, 고객들이 새로운 OS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임무라는 것이다. 문제가 안터졌다고 서브스크립션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버먼 디렉터는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대한 교육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돈많이 내고 OS를 사는 것은 괜찮은데 구독료 내고 완전한 지원을 받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