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 VM웨어, 왜 OS를 외치는가

일반입력 :2009/05/11 10:00

황치규 기자

IT는 끊임없이 변하면서 새로운 용어와 트렌드를 탄생시킨다.

구경꾼 입장에서 쏟아지는 말들을 제대로 흡수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기껏 이해해놨는데 순식간에 거품으로 끝나는 말들도 수두룩하다. 그래도 용어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속에 거대한 변화와 업체간 복잡한 이해관계의 코드가 담겼을 가능성 때문이다. 도발적이고 대담해 보이는 말들이 거품 논란속에서도 흥행파워를 잃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도 새로 나온 용어 하나가 관심을 끌었다. 진원지는 가상화 SW업체 VM웨어였다.

VM웨어는 지난달말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SW 'V스피어4'를 발표했다. 'V스피어4'는 기업들이 기존 IT환경에서 실용적인 방식을 적용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IT부서들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프로세서,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 인프라스트럭처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효율성이 강화되는 만큼, 스토리지 비용은 최대 50%, 전력과 냉각 비용은 2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VM웨어가 'V스피어4'를 관리SW가 이니라 클라우드 운영체제(OS)로 부른다는 것이다. 관리SW와 OS가 하는 역할은 다르게 마련인데도 VM웨어가 'V스피어4'에 OS란 칭호를 붙여준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들어보니 VM웨어가 노린것은 OS에 대한 고정 관념의 변화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윈도나 리눅스보다는 'V스피어4'가 OS에 걸맞는 역할을 하게된다는 것이었다. 현태호 VM웨어코리아 사장은 "윈도, 리눅스, 유닉스와 같은 서버OS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도 쓰이겠지만 클라우드 환경 전체에 대한 OS 기능은 개별 플랫폼이 아니라 'V스피어4'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VM웨어에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하나의 거대한 서버다. VM웨어식 표현을 빌리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21세기형 메인프레임'이다.

그속에 들어있는 서버나 OS는 데이터센터란 거대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속품일 뿐이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를 이어주는 역할은 'V스피어4'가 맡는다. 큰틀에서 보면 서버 세계에서 OS가 했던 일들이다.

현태호 사장은 "클라우드 환경을 하나의 서버로 봤을때 OS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V스피어4'를 앞세워 클라우드OS 전략을 밀고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쯤되면 'SW제국' MS의 신경이 날카로워질만 하다. VM웨어가 던진 클라우드OS 메시지가 먹혀들면 들수록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MS가 설자리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윈도 약발이 예전만 못해질 수도 있다.

MS가 VM웨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VM웨어가 지금처럼 가상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이어나갈 경우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서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OS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겠다고 나선 VM웨어가 아니던가.

그래서다. MS는 VM웨어와 가상화를 바라보는 철학과 관점이 다르다고 외친다. 가상화가 OS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주특기'로 내걸었다. 최근 방한한 MS 본사의 빌 힐프 윈도 마케팅 총괄 임원은 "윈도는 VM웨어와 달리 가상화 기술이 OS 플랫폼안에 포함돼 있어 고객들은 추가 비용을 내면서 별도SW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차별화를 부각했다.

반면 VM웨어는 OS와 가상화간 분리를 강조한다. 가상화는 가상화고 OS는 OS라는 것이다. 가상화가 OS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현태호 사장은 "가상화가 OS가 분리돼 있어야 사용자가 유리해진다"고 강조했다.

x86서버 시장에서 VM웨어와 같은 가상화 기술은 OS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매우 파괴적인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상화로 인해 OS는 필요없어질 것이란 급진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이런 가운데 VM웨어가 클라우드OS란 대담한 청사진을 들고 나왔다. 클라우드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OS 역할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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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다소 추상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철학과 관점의 차이'를 앞세워 가상화 시장을 치고올라오는 MS도 아직은 VM웨어가 그냥 웃어넘길 상대는 아니다. MS는 아직도 '천하의 MS'다.

거대한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이는 가상화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 OS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