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일어 지고, 불어·러시아어 뜬다

일반입력 :2009/04/20 14:48

김효정 기자

기업 채용 시 영어, 일어와 같은 전통적인 외국어 대신 프랑스어나 러시아어 등을 우대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는 지난 2006년과 2008년 각각1년 간의 기업채용 정보 중 우대항목으로 설정된 외국어의 건수를 집계해 본 결과, 영어, 일어, 중국어는 줄어드는 대신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은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영어는 2006년 7만6,378건이었다가 2008년 5만8,111건으로 23.9%가 감소했다. 일어도 2006년 1만3,807건에서 2008년 8,892건으로 35.6%나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어도 마찬가지. 2006년 7,773건에서 2008년 5,434건으로 30.1%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영어, 일어, 중국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프랑스어 1437%, 러시아어 102%↑…한국어도 670%↑

반면 프랑스어는 2006년 당시 1,217건이었던 것이 2008년 들어 1만8,705건으로 1437.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 러시아어도 163건에서 329건으로 101.8%의 증가율을 나타내 기업 채용에서 상당한 수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건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독일어도 16.1%(143건→166건) 늘었고, 베트남어 9.5%(95건→104건), 아랍어도 68.0%(25건→42건)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소 이색적인 경향도 나타났다. 우대사항으로 한국어 능력을 설정한 경우인데, 2006년 179건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 1,653건으로 668.8% 급증했다.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 검증자를 우대한다는 것인데, 기업에서 정확한 한국어 사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구직자들의 한국어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증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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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특정 국가의 외국어 항목이 지정돼 있지 않은 ‘기타’국가의 외국어 우대도 크게 증가했다. 490건에 머물렀던 기타국가 외국어 우대 건수가 2년 새 6,186건으로 늘었다. 제3세계 국가언어에 대한 기업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영어, 일어 등은 이미 대중화되고 실력도 평준화 돼 기업들이 채용 시 굳이 우대사항으로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신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유럽 쪽과 제3세계 등지와의 교류가 크게 늘어 해당국가의 외국어 능력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