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앱스토어 사업, 불 붙을까

일반입력 :2009/04/09 14:17    수정: 2009/04/09 17:38

이설영 기자

국내 통신업계에 '앱스토어' 오픈 열풍이 불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는 물론이고 휴대폰 제조사까지 앱스토어를 열겠다고 나섰다.

앱스토어 열풍은 애플의 3G 아이폰과 함께 불어닥쳤다. 애플은 지난해 7월 3G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애플리케이션숍인 앱스토어를 함께 선보인 것.

개발자들의 열광적인 참여로 앱스토어에는 오픈한지 8개월 만에 3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됐고, 다운로드 횟수는 8억회를 넘어섰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애플과 개발자들이 나눠갖는 방식을 취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윈윈 모델'로 평가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 블랙베리로 잘 알려진 리서치인모션(RIM),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유럽지역 이동통신사 오렌지 등 내로라하는 전세계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애플리케이션숍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애플리케이션숍에 가장 먼저 발을 담근 곳은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삼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즈(applications.samsungmobile.com)'를 오픈했다. 현재 이곳에는 PDA 및 스마트폰을 위한 1만여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다.

■국내 시장, SKT-KT 등 통신사 위주로

SK텔레콤도 9월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애플리케이션숍을 오픈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활성화 이후에 글로벌 사업으로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만드는 앱스토어는 외형상 애플 앱스토어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개방형'을 지향해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할 수 있고, SK텔레콤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특히 해외에서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중심이 돼 애플리케이션숍을 오픈하는 것과 반대로,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콘텐츠 개발사들과는 제조사들보다 먼저 관계를 맺어왔고, 네이트 등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에 폐쇄적으로 했던 것을 개방하고, 이를 일반폰까지 확대시킨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KT도 애플리케이션숍을 준비 중이다. KT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판매하고, 사용자들이 구매하는 형태를 구상했다. KT는 얼마 전 프리미엄 인터넷전화인 '스타일폰'을 출시하면서,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KT 관계자는 아직은 기획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형태가 어떻게 될지, 언제쯤 선보일 수 있을지 확실하게 말할 순 없다면서 다만 연내에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와이브로, 인터넷전화 등의 서비스에 매우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KTF와 합병까지 마무리되면 '와이브로-인터넷전화-이동전화' 등을 모두 포괄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숍도 배제할 수 없다.

■이통시장 애플리케이션 전쟁 '치열'

이동통신사와 휴대폰제조사의 애플리케이션숍 진출 흐름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몇년 전부터 불어닥친 인터넷 세상의 '웹2.0' 열풍이 이동통신시장으로까지 확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의 앱스토어 전략은 참여·공유·개방의 웹2.0 정신과 맞닿아 있다.

국내 이통사들의 경우 지금까지 폐쇄적인 형태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안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들 또한 철저한 계약 관계에 따라 공급됐다.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이 울타리를 쳐놓은 플랫폼 내에서, 이들이 선택한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앱스토어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숍은 기존에는 이동통신사들만이 제어했던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 다른 주체들이 자유롭게 참여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

문제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 생태계가 이러한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발사들이 이동통신사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와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할 개발자들간에 굳은 신뢰가 중요하다. 바뀐 환경에 이동통신사와 개발자들이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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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이동통신가입자가 4,500만명을 넘었지만, 세계시장을 기준으로는 턱없이 작은 시장이다. 해외에 이미 큰 시장이 열려 있는 가운데, 개발자들이 국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초기에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던 개발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랜동안 콘텐츠를 다뤘던 경험이 있는 만큼 만족할만한 수준의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