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김경진 박사팀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인간 뇌세포에 존재하는 SSADH(숙신산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규명함으로써 간질 등 뇌질환 유발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밝혔다.
간질은 뇌의 신경세포가 발작적, 병적으로 심한 경련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게 되는 병으로, 인간 중추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억제성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비정상적인 농도 증가가 주요 발병 요인으로 알려져 왔다.
일반적으로 가바는 중간 산물인 SSA를 거쳐 숙신산으로 분해되며, 이 때 SSADH 단백질은 SSA와 결합하여, SSA의 분해 작용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까지 SSADH단백질의 기능저하가 가바의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간질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SSADH단백질 기능 저하의 구체적인 원인과 작용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규명된 바가 없다.
나폴레옹과 에디슨이 간질 환자였다는 사실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간질은 국민 2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며, 그 중 50% 정도는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매우 심각한 뇌질환이다.
연구팀은 포항방사광가속기의 단백질 결정학 빔라인(6C1)을 이용하여 SSADH 단백질의 고해상도 입체구조 분석에 성공하여 분자수준에서 간질유발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SSADH 단백질은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상태가 되면 구조적으로 닫힌 상태가 된다. 산화된 SSADH 단백질은 SSA와 결합할 수 없게 되며 결과적으로 뇌세포 내에서 가바 농도의 비정상적인 증가를 야기하고 뇌의 과흥분 상태로 발생되는 간질 증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SSADH 단백질의 구조적 변형 과정은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엑스선을 이용한 단백질구조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규명되었다.
가바의 농도 증가는 간질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 정신지체 등 다양한 뇌기능 이상으로 인한 질병의 중요한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어 이번 연구 결과로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분야의 원천기반기술의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분야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인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마이클 깁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활성산소가 간질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그 작용기작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하였다. 이는 수십 년 동안의 의문점을 풀어준 중요한 연구 성과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진 박사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생명과학전문지인 엠보저널(EMBO Journal) 온라인판(3월 19일)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