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의 순간적인 기지로 7,000만 원에 달하는 전화사기를 가까스로 막았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정경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이모씨(75)는 남편과 함께 정기예금 7,000만 원을 인출하려고 홍천군 양덕원우체국을 찾았다.
금액도 고액이고 만기가 아직 남은 정기예금을 중도해약하려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오선숙 직원이 이씨에게 이유를 물었고, 이씨는 카드가 잘못 발급돼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전화를 받아 계좌이체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검찰 직원이라면서 안전한 계좌로 옮기라는 전화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직원 오씨는 경찰과 검찰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하고 최근의 금융사기 피해 사례를 이씨 부부에게 설명한 후 계좌를 이체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씨 부부는 그때서야 전화사기에 당한 것을 알고 서둘러 거래를 정지했다.
이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잇달아 전화로 계좌이체를 해야 안전하다고 말해 시키는 대로 했다”면서 “우체국직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7,000만원을 날릴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경찰, 금융기관, 개인고객 등의 요청으로 우체국 예금계좌를 지급정지했거나, 지급정지했다가 해제한 건수는 지난해 3,695건으로 2007년 1,210건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성동우체국에서 고객이 4,200만 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해약해 송금하려다 우체국 직원의 확인으로 피해를 막았으며, 2월에는 서대전우체국에서 부정계좌를 사용한 전화사기 용의자를 붙잡는 등 전화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양덕원우체국 직원 오씨는 “만기가 아직 남았는데도 고액을 중도해약하는 것이 너무 의심스러웠다”면서 “다행히 거래가 되지 않아 고객의 소중한 돈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처럼 보이스 피싱(전화사기)이 기승을 부림에 따라 피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체국 창구는 물론 우편물 운송차량에도 주의 안내문을 게시하고 우체국 CD/ATM기 메인화면에 보이스피싱 경고 화면을 게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집배원을 통해 집집마다 안내전단을 배포하고 전화기에도 전화금융사기 주의를 담은 스티커를 붙여주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