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대 40조원' KT 필수설비 공방

필수설비 분리 두고, KT-반KT진영간 ‘세싸움’ 본격화

일반입력 :2009/02/19 10:09    수정: 2009/02/19 15:56

김효정 기자

6조원 대 40조원. 6조원은 KT가 지난 2002년 민영화 당시 통신설비 가치이고, 40조원은 현재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고 있는 KT의 필수설비 가치이다.

국내 통신시장에서는 관련 업체들이 KT-KTF합병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KT가 보유한 필수설비는 SK 및 LG 통신계열사들이 KT-KTF 합병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 논쟁의 핵심이다.

이석채 KT 사장은 지난 18일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KT가 6조원에 정부로부터 필수설비 운영권을 보장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는 이 사장이 지난 2002년 KT 민영화 당시 정부가 6조원에 통신망과 설비를 주주들에게 팔았고, 더 이상 규제를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SK 및 LG 통신계열사가 요구하는 것처럼, KT가 공기업 당시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 진 필수설비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즉, KT의 필수설비는 6조원의 대가를 주고 사들인 'KT의 것'이라는 재산권을 주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측이 주장하는 필수설비 구축 산정비용과 큰 차이를 보인다. 얼마 전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이 KT 수준의 필수설비를 구축하려면 40조원이 들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SK브로드의 40조원 주장, KT 필수설비는 헐값?

40조원이라는 SK브로드밴드 추정치는 관로와 전주 등 필수설비만 구축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 집안의 통신장비와 연결하는 가입자망은 배제됐다. 현재 KT는 380만여개의 전주와 약 11만km의 관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전주 한 본당 설치비용을 150만원, 관로 1km 당 구축 비용을 3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나오는 수치이다.

최근 몇년간 KT의 투자규모는 2003년 2조원을 소폭 웃돌았고, 2004년 1조8,000억원대, 2005년 2조3,000억원대, 2006년 3조, 2007년 2조8,000억원대, 올해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3조2,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즉,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약 19조원의 설비투자를 해왔다.

SK브로드밴드의 추정치가 일리가 있다면, 과거 정부가 6조원에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필수설비에 대한 운영권을 KT에 넘긴 것은 지나치게 싼 값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세금으로 구축된 필수설비를 KT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분리해서 통신사들이 자유롭게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KT의 소유권을 인정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필수설비가 헐 값에 팔린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필수설비 분리 두고 ‘공방전 계속돼’

그러나 KT는 가입자망 공동활용(LLU) 제도가 있고, KT의 필수설비는 언제든 공개돼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이 논란이 많다. KT가 LLU 제도 도입 초기에 회선제공을 기피해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23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는 점, KT의 필수설비를 임차 요청해도 복잡한 절차로 제공기간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것이 SK측 주장이다.

반대로, KT측은 SK측이 수년간 필수설비에 대한 임차 요청이 없다가 지난 2008년 말에 한꺼번에 요청한 사실은 KT합병 등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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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KT합병을 두고 필수설비에 대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 등 'KT합병 반대 진영'이 요구한 KT 필수설비 분리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영국 순방에서 BT의 필수설비 부문이 분리된 '오픈리치'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을 두고, 이번 KT합병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KT 필수설비를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의견에 비중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