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을 두고 통신사업자들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는 KT와,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경쟁사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편익은 찾아 보기 힘들다.
KT-KTF 합병을 두고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통신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 기업이 자사의 생존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하는 것을 두고 경쟁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산업은 국가기간통신 서비스라는 특수성 때문에 단순히 민간 기업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가계지출에서 결코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비. 그리고 누구나 통신 서비스를 사용해 생활의 편의를 누리고 있다는 보편성 때문에 통신 서비스와 통신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정치권에서 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 동안 마찰만 빚어오던 여당과 야당이 사이 좋게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통신시장 이슈는 국내 경기 부양책의 핵심과 근접해 있음을 증명해 준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통신시장 환경변화와 통신사업자 합병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여야 합동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분쟁의 당사자인 KT와 SK텔레콤 담당자들과 법조계와 경제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패널이 참석해 열띤 논쟁을 펼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염용섭 박사가 발제를 맡아 통신업계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뒤이어 KT의 서정수 부사장, SK텔레콤의 이형희 실장이 각각 회사의 입장을 밝혔다.
■KT vs SKT, 입장 변화 없어…
KT의 서정수 부사장은 KT가 하려는 것은 '변화'다. 합병은 그 변화의 수단일 뿐이며, 합병을 통한 변화가 지향하는 것은 '융합'이다라며 업계 논리와 다소 동떨어진 감성적 호소를 강조했다. 합병을 통해 기업의 이익 창출 보다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위험까지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서 부사장은 내부적 문제 보다 국가적 위상과 경쟁력을 더욱 중시하는 것이 KT의 위치이다. KT-KTF 합병으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된다라며 만약 지금부터 합병 자체를 막는다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작은 불신 때문에 큰 변화를 막는다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이형희 전무는 SK텔레콤 뿐 아니라, KT-KTF 합병을 반대하는 LG통신계열사 및 케이블TV 사업자들을 대표하는 입장이라고 전제 한 뒤, KT의 합병은 국내 통신시장에서 전무후무한 큰 사건이다. 향후 시장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그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SK텔레콤이 주장해 왔던 ▲유선 시장지배력의 무선 시장 전이 ▲KT가 보유한 필수설비에 따른 경쟁제한성 ▲독점 공기업 시절부터 확보한 방대한 가입자 정보를 이유로 합병 인가조건이 까다로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경쟁법 상, KT-KTF 합병 반대할 이유 없다
이처럼 양사의 입장은 전혀 달라진 게 없었고 이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패널로 참석한 한양대 법학과의 이호영 교수는 KT-KTF 합병을 SK텔레콤 등이 반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KT-KTF의 합병은 공정경쟁법(이하 경쟁법) 상의 M&A, 즉 기업결합으로 봐야 하는데 발생하지도 않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사전에 예측을 하고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 경쟁법상의 규제는 시장에서 '경쟁'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KT의 합병으로 경쟁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경쟁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할 대상이다. 경쟁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혁신 활동을 통해 가격을 내릴 것이고, 이를 못 쫓아가면 퇴출돼야 한다. 바로 이것이 경쟁법이 추가하는 이념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KT-KTF 합병은 전형적인 모자회사 간의 결합이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회사가 결합하는데 있어 경쟁법으로 문제삼을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며 잠재적으로 경쟁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을 KT에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시장에 비해 경쟁법에 보수적인 유럽의 경우에도, 이러한 결합 형태에 따른 경쟁법상 규제 요인으로 3가지 명쾌한 조건이 입증돼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첫째 합병으로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둘째 규제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행위로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셋째 경쟁사를 위축시켜 시장을 왜곡한다는 실증이 있을 경우 제한을 받는 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KT가 합병으로 시장을 왜곡시킬 능력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그 개연성과 경쟁사가 대응 방법이 없다는 것은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KT-KTF 합병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필수설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필수설비는 이미 KT가 가지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합병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초점이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KT가 합병으로 이 설비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닌가?... 소비자 후생 고려해야
이러한 이 교수의 주장은 어찌보면 KT 입장에 유리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100% 그렇지만은 않다.
그는 법적인 해석과 달리, 워낙 비중 있는 합병이라 규제기관의 법해석 적용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합병에 대한 이해관계 파악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정치적 고려'를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KT-KTF의 합병과 일자리 창출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KT가 마치 합병을 하면 국가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설령 일자리가 창출돼더라도 경쟁제한성이 있으면 합병을 승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반대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어도 경쟁제한성이 없으면 승인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KT-KTF의 합병에 대한 논란은 사업자간의 밥그릇 싸움과 이를 산업발전과 연계 지어 포장하고 있는 데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KT-KTF 합병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기간통신사업자의 합병이 국내 통신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소비자 편의까지 고려해서 균형 있는 인가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또 다른 패널인 YMCA 시민사회개발부의 신종원 부장은 이번 사안을 보면, 소비구조가 높은 SK텔레콤이 시비를 건다는 느낌도 받는다. KT 역시 불분명한 산업발전 효과를 운운할 뿐 소비자 후생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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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번 논란은 통신사업자간 다툼일 뿐, 근본적인 요금인하나 더 나은 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의 보편적 이익을 위한 건전한 해법은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그는 양사가 좀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서 조금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이끌어 낼 수 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힘든 KT 필수설비의 구조 분리 등의 문제를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한시적으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