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電, 비상경영 나선다…3조원 비용절감 카드 꺼내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비상경영상황실' 운영

일반입력 :2009/02/09 15:53

류준영 기자

LG전자가 올 실물경기의 가파른 하락세로 인해 종전보다 17~ 18%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분기 휴대폰 등 전자 전 분야에서 다소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한 LG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실물경기 한파를 정면으로 맞설 공격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 ‘비용절감 프로젝트’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LG전자는 앞으로 본사 최고경영진과 5개 사업본부, 8개 지역본부를 이어주는 비상경영상황실(워 룸, Crisis War Room)을 설치하고 3조원 가량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

■올 매출 감소 17~18% 달할 것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9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역사에 기록될 만큼 세계경제는 불안정한 시기에 놓여 있고,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불황의 영향이 사업 각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월 들어 달러기준으로 20% 정도 매출이 줄더니, 1월에는 약 17%의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 이어 각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물경기가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 한해 달러 기준 매출은 17~18% 수준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수익성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부회장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별로 CIS 지역의 경우 시장 수요가 60~80%까지 급감했으며, 미국은 약 30%에 달하는 어플라이언스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국들의 시장수요 역시 20~40% 가량 줄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경영상황실' 운영…비용절감 3조원 달성

이에 따라 LG전자는 회사 경영기조를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Winning in Recession, 이하 WIR)'로 정하고, 트윈타워 서관 15층에 본사 최고경영진(C-Officers)과 5개 사업본부, 8개 지역본부 등을 이어주는 '비상경영상황실’(Crisis War Room. 이하 CWR)을 운영키로 결정했다.

각 사업본부 및 사업부 단위에선 WIR 태스크포스도 조직하고 있다.

WIR 태스크포스는 각 사업부 단위의 고정비 절감, 생산비 절감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며, 물류흐름 개선, 수수료 절감, 서비스 개선 등도 함께 다룬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올 3조원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남 부회장은 불황 극복과 불황 이후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올해 3조원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후 생산라인의 원가절감을 비롯해 회사 전 부문의 비용 모두가 해당되고, 한국 본사뿐 아니라 82개 해외법인이 모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임원 20% 성장산업 분야 재배치

구조조정과 관련해 남 부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나, 그냥 넘어가기도 힘들 것 같다면서 임직원 중 20% 정도를 성장산업 분야로 재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 가량의 인력을 기존 사업분야에서 신규 사업, 신규 프로젝트 등에 투입한다면 단기간 동안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해고되는 인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잡 쉐어링, 신기루 좇는 것 같아

남 부회장은 고용시장과 관련해 어려울 때일수록 우수한 인재를 뽑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수 인재를 영업하는 데에는 숫자에 구애 받지 않고 과감하게 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남 부회장은 하지만 '잡 쉐어링'에 대해선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면서 기업으로써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이닉스 인수설 가능성 없는 이야기

M&A와 관련해선 관심 분야는 많지만, 물건과 가격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게 M&A라면서 취임 후 현재 사업, 신 성장 동력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기회를 많이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 LED, 태양광 등은 다른 기업들과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는 성장산업인 반면, 반도체는 그렇지 않아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LG전자가 불황 극복을 위해 제시한 올해 중점추진과제는 ▲시장점유율 ▲사업의 유연성 ▲포트폴리오 재구축 등 3가지다.

관련기사

남 부회장은 경기침체기는 미래성장사업 준비에 최적의 기회라며 현재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하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점차 시장이 확대되거나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유망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B2B, 태양전지, 시스템에어컨 등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